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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우울해

날씨가 추워졌다.

집에 오는 길

김치부침개 생각이 간절하여

집에 가면 저녁에 김치부침개 해먹고 느긋하게 아들놈의 공부를 봐주려고 생각하며 종종걸음치며 들어왔다.

 

그러나

하루종일 뭐했는지 안되어 있는 공부에 화가 나고 우울해서

아들놈 회초리로 때리고 추운데 세워놓고 나는 반죽을 하여

서너장의 김치부침개를 먹고 물을 두컵 정도 마시고 나니 좀 느긋해져서

죽어도 자존심 때문에 내게 용서를 빌지 않는 아들놈을 집안으로 들여놓고

엊그제 집안에 들어온 학원광고지를 보고

전화통을 돌린다.

 

정말 이젠 내 손을 떼고 싶다.

 

새벽에 일어나

아들놈의 틀린 문제집 위로 고개를 디밀고

목청 돋구며 아침을 맞고 싶지 않다.

 

몇달 동안 냉장고를 뒹굴던 레드와인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삼겹살과 함께

비우고 굴러다니는 술이 없다.

 

우울하다.

 

그래도 나가서 술마실 생각은 안한다.

 

저녁운동도 안하고 봐주어야지 하고 작정한 아들놈 공부를 뒤로 한 채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다.

 

눈물 뚝뚝 흘리며 아무말도 안하던 아들아이는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를 하고

내 욕심이나 기대만큼 위기의식이 없는 아들에게 실망한 나는

컴퓨터를 부팅한다.

 

 

나는 우울하다.

 

며칠남지 않은 2004년의 겨울

 

나는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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