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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선휘와 선재가 모두 신입생인 올 3월은 정말로 눈코뜰 새 없었다.

 

선재는 아침일찍 학교에 가서 아침공부를 한 시간씩 하는 데 습관이 붙었다.

뭘하다 오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꾀 안부리고 아침마다 나서는 녀석이 전보다 이뻐보인다.

 

아침일찍 집을 나서는 큰아이의 소리를 듣고 선휘도 오늘은 아침일찍 눈을 떴다.

더 자라는 내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일찍 일어나 일찌감치 아침을 먹이고 집에서 내가 시키는 학습지를 조금 시키고도 시간이 남아

영어테이프도 30분쯤 듣고 여유있게 학교에 갔다.

 

하지만 순탄하기만한 한 것은 아니다.

선휘는 그저께는 알림장을 가져오지 않아 내 속을 태웠고

어젠 학교에 챙겨간 물통을 소홀히 해서 책이 좀 젖어오기도 했다.

 

큰아이 선재가 아침에 학교에 가기 전

실내화가방이 없어졌다고 한바탕 야단을 맞고 갔는데 학교에도 실내화가방이 없고 그 안에 둔 운동화도 못찾았다고 했다.

남자아이들은 귀찮아지면 실내화를 갈아신지 않고 그냥 신고 집에 돌아오기 일쑤다.

 

그런데 그날 저녁 선휘가 가지고 놀던 내 배낭 안에 선재의 실내화가방과 운동화를 발견하고

그 해프닝에 웃음도 나왔지만 당황스러웠다.

선휘가 놀다가 그것을 거기 넣어놓았던 것이다.

 

교과수업 첫날일 화요일에

전날 멀쩡하게 시간표대로 책을 챙겨간 선휘는

정작 수업시간엔 책을 하나도 안꺼내고 있었다네.. 나원참.. 담임선생님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알았다.

 

이해력이 다소 떨어지는 선휘에게

책많이 읽어주고 이야기를 잘 듣는 훈련을 시키는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어려서 책을 많이 읽어주지 못한 게 이렇게 현실로 드러난다.

 

하여 힘이 들어도

밤이면 목이 아프게 책을 소리내서 읽어주고 재운다.

 

그냥 크는 아이들은 없는 것일까?

 

내 손 댄 만큼만 커가는 아이들..

힘이 든다.

 

다른 집 아이들은 부모가 나처럼 극성 안 떨어도 잘만 크는 것 같은데

우리 아이들은 내가 못봐주면 그 티를 이렇게 내고 다니니

힘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