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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커피를 내리며

커피에 관한한 그리 고급 혀가 아니다.

믹스도 인스턴트도 잘 마시는 편이다.


오히려 오후가 되면 달달한 믹스커피가 배고픔도 잊게 해주고 정신도 반짝 나게 해줄 때가 있다.


그래도 내 고급의 한계는 인스턴트에서도 제법 비싼 커피를 마시는 정도..


오래전엔 네스카페를 맥심보다 즐겨 사 마셨는데 어느날 비인기종목인지 사라졌다.

요즘은 아라비카100이 내 믹스커피 버전..


아라비카100이 떨어졌는데 요즘은 그냥 블랙을 마셔보려고 리필해놓지 않았다.


아는분이 강릉 다녀오며 선물로 준 테라로사 티백 커피도 몇개 남아있어서 어젠 그걸 마셨다.

이젠 커피가 없네..


봄에 미국에서 온 친구가 사다준 플로리다산 분쇄원두도 여름에 열심히 마셔서 이젠 없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오래전 친구네 카페에서 사온 로스팅 원두가 있다.

과외선생이던 내 친구는 목디스크로 좀 앓고 나서 그일을 접고 평소에 취미로 배운 커피 로스팅 실력을 발휘해

동네에 카페를 차렸다.

남편의 퇴직금을 투자해 건물 한 층을 사버렸다.

좀 외졌는데도 친구의 샌드위치 실력과 부지런함으로 프렌차이저가 아니어도 살아남아 몇년째 잘되고 있는 중이다.


개업을 하고 응원차 방문했는데 다 있어서 사다줄 것도 없어서

로스팅원두를 사주었다. 하지만 집엔 분쇄기도 없는데.. 중얼거리니 커피매니아들 친구 여럿이

그냥 믹서에도 갈아 마시라며 분쇄대신 콩을 권해서 사오긴 했지만 그대로 있었다.


오늘아침 그 원두를 꺼내어 믹서에 가니 어? 갈린다..

여과지에 담아 커피를 내리니 진하다. 품종을 보니 말라위 100퍼..

신맛도 약간 나지만 괜찮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사는데 사소한 리추얼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아침에 원두를 갈며 그 냄새에 행복하다고 했다.


내 삶의 사소한 리추얼?

올가을엔 커피 글라인더를 사야하는 것일까?


아침 커피를 마시며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