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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시작 전/ 에피소드

동갑내기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에 이 영화 이야기가 회자되었다.

이런 건 번개해서 같이 가자고 했더니 다들 심드렁했다.

이미 본 자는 아내와 함께 보았다고 했고

어떤이는 그 감동을 오롯이 혼자 누리고 싶어서 아내 빼고 혼자서 보고 왔다고도 했다.


흥?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있는 것들 남편있는 것들과 너무 오래 친구하며 지냈다고 툴툴거렸더니 나더러도 혼자 보고 오란다.


시월 말에 개봉 첫날인 걸 알았지만 미루어두다가 오늘 드디어 관람했다.

아는 동생 따님이 친절히 아이맥스 영화관을 예매해주어 보았는데 나중에 보니 역시 3면이 보이는 스크린 x 가 더 더 나았나 후회는 든다.

그래도 대형화면과 사운드가 감동을 저해하진 않았다.


하나/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


퀸의 리드보컬이었던 프레디가 말한다.

다른 밴드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물음에..

우리는 부적응자들을 위해 노래하는 부적응자들의 밴드라고...


언제부터인가 마음속에 화가 들어찼는지 나는 락을 들었다. 안치환을 들었고 윤밴을 들었고 강산에를 들었다.

그들이 하나같이 락커들인 것을 어느날 느끼고 내 몸 속 어디에 세상을 향한 분노가 뭉쳐서 락커들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으로 반항하고 있는가 혼자서만 느꼈었다.


그런데 오늘 영화를 보며 진정한 락의 정수를 느꼈다.

사운드와 리듬이 빚어내는 그 현란한 음악은 막혔던 분노도 시원하게 콸콸 쏟아지고 내 몸속에 들어차 있던 찌꺼기도 씻어내고 있었다.

카타르시스는 눈물을 통해서도 이루어지지만 락의 시원한 음악을 통해서도 이루어졌다.


노래는 리듬이기도 하지만

가사는 응축된 메세지이다.

가슴 속에 활활 타는 외침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와 최루성 드라마가 아닌데도 나는 초반부터 좀 울었다.


아웃사이더였던 프레디가 음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도 눈물겨웠고

그의 음악에 대한 천재성 못지않게 오만한 태도도 마음에 들었다.

자신에 대한 당당함과 자신감이 어디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최고로 여기고 높게 평가하는 오만함이 당당해서 좋았다.








둘/ 사랑의 다양한 형태


영화에서 프레디는 양성애자로 표현된다.

메리 오스틴을 사랑했지만 그는 남성에게서도 사랑을 느끼는 양성애자이다.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고 싶지 않다.

예술가의 광기와 천재성은 지나친 감수성에 따른 부작용도 있는 법이니까...

그건 가부장제 사회에 길들여진 우리의 관습일지도 모른다. 물론 나도 그의 성적 취향을 동경하진 않지만

그가 그로 인해 병을 얻어 45세 나이에 세상을 뜬 것은 안타깝다.


메리와 죽을 때까지 우정을 나누었던 것은 아름답다.

소유하지 못해도 친구로 남아도 우정으로 이어지는 사랑이 아름답다. 그런 영감에서 만들어진 Love of my life는 그래서 더 절절하다.


마지막까지 연인으로 있었던 짐..

그가 에이즈인 것을 알았어도 그의 곁에 끝까지 머물렀다고 한다. 사랑은 설렘이나 떨림이기도 하지만 의리이기도 하다.



이성적 사랑과 다른 형태의 가족간의 사랑은 우리가 살아갈 힘의 원천이고

버텨낼 관계로서 베이스캠프 같은 관계이다.

친족인 가족을 귀히 여기는 것과

내가 선택한 가족이라는 친구는 가장 귀한 자산이다.

프레디가 퀸의 멤버로 다시 복귀하는 장면에서 친구도 가족임을 절절히 느꼈다.


나의 남은 생에서 친구도 내가 선택한 가족의 범주로 그렇게 유지해야하리라 결심이 든 것도 그래서였다.



셋/ 감동의 재현


1985년의 Aid live 공연을 재현한 것이나

퀸의 멤버들의 재현

그리고 싱크로율이 높은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까지 영화는 감동의 도가니였다.


가장 큰 메뉴는

120분을 관통해 쉼없이 귓가에 들려오던 퀸의 명곡들...


보헤미안 랩소디의 화려한 연주와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화음

그것을 빼고 다른 것은 모두 잊혀져도 좋다.



퀸의 음악을 120분 듣는 것만큼

영화는 몇배나 값진 선물이 없었다.



덤/ 한 잔


오늘은 맥주를 좀 많이 마셨다.

죽은 프레디를 기념하며 건배!!

 

 

https://youtu.be/zbD0CnDBQ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