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군대 동기들과 에어비엔비에 숙소를 예약해 만나겠다는 이야기를 며칠 전에 아들이 이야기했었다.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에 외식을 하자고 이전에 이야기했었는데.. 토요일엔 친구들과 약속이 있으니.. 금요일에 밥을 먹자는 말을 지나가는 말처럼 했던 것도 같다.
금요일 저녁에...동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원래는 한우에 와인을 집에서 먹자로 결론이 났는데.. 그냥 장을 보러 갔었다. 아들녀석이 저녁을 사기로 했으니.. 내가 장을 보면 계좌이체로 받으면 그만이니까..
셈에 밝은 우리식구들은 그렇게 나누어서 분리해서 그럭저럭 잘 지낸다.
원래는 내가 다 내고 살았지만.. 이제 아들녀석도 직장 다니며 돈을 버니까.. 그렇게 가끔 주머니를 털어내는 것이 나의 취미생활이긴 하다..ㅎㅎ
와인을 둘러 보았지만 찾는 와인이 눈에 안띄어.. 요즘 즐겨 마시는 클라우드 드래프트 생.. 요것이 신상품이라 가격이 착하고 맛도 좋아서 요즘은 이 맥주를 즐겨 마신다..
맥주를 두 캔 사고.. 그냥 나와버렸다.. 이미 머릿속의 셈은 끝나 있었다..
그러니까 금요일 저녁은 맥주에 전기구이 닭으로 이미 낙점된 것..
지갑에 현금이 거의 없다.. 그래서 근처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좀 찾고.. 길거리 메뉴.. 전기구이 통닭을 두 마리 샀다.
저렴하기도 하고.. 나는 이것이 기름에 튀긴 치킨보다는 좋은데.. 우리집 아이들은.. 브랜드치킨을 더 선호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전기구이 닭을 두 마리 사고.. 집으로 향하는데 퇴근 무렵의 큰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더러.. 둘째랑 마트에 장을 보러 가 있으면 그리로 오겠다나 뭐라나..
이미 장 봤다.. 그냥 집으로 와라.. 다같이 장봐서 집에 오면 너무 늦으니 오늘은 전기구이닭을 먹자고 이미 샀노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너무 추웠다. 아.. 손목도 안좋은데 마트에서 단감을 싸게 팔아서.. 그것도 좀 많은 양을 샀다. 그래서 무거워서.. 통화하다가 전화를 끊었지만.. 이미 엄마의 기분이 별로인 걸 눈치챈 아들이..재차 전화가 걸려왔다..
왜 삐져버렸는지? 는.. 글쎄..ㅎㅎ
토요일에 친구 만날 약속을 해 버린 것도 마음에 안들었고.. 내 손으로 장보게 한 것도 마음에 안들었다.. 왜 그렇게
심통이 났었는지는 뒤에 가서 아시게 될 일..ㅋㅋ
보통은 거리가 더 가까운 내가 집에 일찍 도착하고 싱크대에서 부지런히 지지고 볶거나 끓여서 저녁을 먹곤 했다.
그런데 어제는 도무지 노동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왜 그랬을까도.. 나중에 알게 될 일..ㅋㅋ
아무튼 집에 돌아와.. 좀더 기다려.. 큰아들이 돌아온 후.. 아이들과.. 전기구이 닭에 맥주를 마셨다.
집에 오는 길에 아들녀석이 맥주 두 캔을 더 사왔는데.. 옥토버페스트에서 마셨던 수제맥주와 비슷했다.
고가의 맥주였다나 뭐라나.. 휘트비어.. 두 캔 다 밀맥주였고 맛있었다.
그리고 위가 그리 크지 않은 우리 식구는 세 식구이지만.. 언제나 닭 한 마리는 모자라고 두 마리는 남는다.
그리하여 먹다 남은 닭은 냉장고로 들어갔다. 어느 정도 먹고 나면 양이 차 버려..둘째 꼬셔서 과자 사오게 하고
집에 있는 돌김을 구워 맥주를 다 마셔버렸다.. 그리곤 요즘 아이들과 같이 보는 드라마.. 넷플릭스에서
스카이캐슬을.. 두 회 정도 보고 잠이 들었다. 그렇게 어제는 끝났다.
오늘은 토요일의 시작..
어제 사온 한우 사태..를 꺼내어 국물을 내고 불린 미역을 넣어 국을 끓였다.
원래 내 신조는 내 손으로 내 생일날 미역국을 절대 안끓여 먹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가 대신 끓여주는 것도 아닌데.. 그러다 보니.. 결혼 이후는 내 생일에 나가서 외식은 했지만.. 미역국은 제대로 못먹고 지냈다. 30년 가까이..
그래서 작년부터는 아이들 생일때와 마친가지로 한우양지 사다가 국을 끓여먹기로 했다.
나이먹은 나에 대한 스스로의 대접..
어제 마트에서 보니 저녁때라 그런지 양지가 없어서 사태로 사왔다.
맛있는 미역국을 끓여 밥을 먹었느냐? 오우 노우.. 그냥 국만 끓여놓은 것일 뿐..ㅎㅎ
아침에.. 플레인 요구르트에 시리얼과 블루베리를 넣어 아침밥 대신 먹었다.
그리곤.. 점심 때쯤..아이들과 동네 비교적 큰 마트에 또 장을 보러 나갔다.
오늘은 내 생일이기 때문이다.
엄마 생일날은 오늘인데.. 금요일에 미리 당겨 저녁 먹고 저는 친구들이랑 놀러나간다고 하더니.. 멤버중 한 명이.. 동생이 감기 증세가 있다고.. 약속이 취소되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토요일에 안나가게 된 것..
아무튼.. 왕삐짐으로 좀 길게 갈 사건? 이 다행히 해소되어.. 고대했던 와인도 한 병 샀고.. 한우도 사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역시나 위대하지 못하고 위소한 우리식구들은... 두 근 사온 고기중.. 한 근 겨우 먹고
다들 배부르다고 더이상 못먹는다고 멈추었다. 물론 큰아들과 같이 비우기 시작한 와인도 좀 남았다.
나야 나이들어 그렇다치고.. 20대 남자아이들이 양이 참 적다..ㅋㅋ
괜히 살찐다고.. 나이들어가는 엄마의 식사량을 같이 흉내내는 것은 아닐까.. 더 먹어도 된다고 이야기해도 그쯤에서 언제나 멈춘다.
커피를 내려서.. 어제에 이어.. 스카이캐슬을.. 3회쯤 몰아보고,, 사과를 먹고 저녁이 다가버렸다.
일부 과장도 있겠지만.. 우리집에 돈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또 아이들을 세뇌시킨다.
극성 떨어가면서 못키운 엄마의 변명이지만.. 아이들은 적응해 살아온 대로 끄덕끄덕..
어찌보면.. 자신의 열등감이나 약점을 자식에게 투영하여 그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지도 모를 일..
자식에게 과몰입한 극중 엄마들을 보며.. 내가 툭 던진 한 마디..
너무 방임해도 문제지만.. 왜 자기들의 삶을 안살고 온통 자식만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경쟁에 내몰려 사는 게 아이들의 현실이니.. 그게 드라마여도 전혀 딴세상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렇게 뒤늦게 지나간 드라마를 보며 세상을 읽는다..
좀 쉬었다가..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유쾌한 영화 한 편을 보고.. 이젠.. 활자 앞에 마주 앉았다.
낮에 친구들의 축하메세지를 받았고.. 기프티로.. 케이크도 몇 개 받았다.
요란하지 않아도 평온한 이 일상에 감사한다.
그렇게 고요하고 충만한 생일을 올해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함께 사는 아이들과.. 잊지 않고.. 내게 축하를 보내준 친구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