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지독한 휴식
화요일 저녁 집에 들어오며 이것저것 소소하게 장을 보아 가지고 봉지봉지 들고 들어왔다.
연휴에 모처럼 아이들에게 잡채도 해먹이고 전도 부쳐주리라 결심한 건
어디까지나 야무진 꿈으로 장본 것은 냉장고에 그대로 얌전히 모셔져 있다.
어제 아침엔 엄마집에 언니랑 같이 모여 한나절 내내 전을 부치고
집에 돌아와 내내 잠을 자다가
저녁 무렵 모두모여 밥을 먹은 게 화근이었다.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복분자까지 찔끔찔끔 마시다가 머리가 너무 심하게 아파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
늦은 밤 큰아이에게 편의점에 가서 소화제드링크를 사오게 한 후 마시고 잤지만
두통은 가라앉지 않았다.
밤새 뒤척이며 겨우 잠을 잤다.. 모로 누워도 거북하고 바로 누워도 거북했다.
무릎을 당겨 웅크린 자세로 겨우 잠을 자고 났지만 두통은 가라앉지 않았다.
아침에 어머니께 세배를 드리고는
배가 아파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하루종일 굶었다.
저녁에 엄마가 끓여주신 죽을 겨우 몇숟갈 뜨고는 다시 또 누워지냈다.
그렇게 안아프면 무슨 일을 대단히 얼마나 많이 한다고 그런 핑계거리를 대고
내 몸은 그리 쉬고 싶어하는 것인지?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를 며칠 전 서점에 들른 길에 구입하여 오늘까지 다 읽었다.
책을 붙들고 있었던 며칠간 아주 달콤한 행복감에 젖어 있기도 했지만
과거를 반추하며 아프기도 했다..
권여선은 나와 동시대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리라..
잊고 있다고 여겼는데
어느새 의식 저편에서 꼬물거리고 올라온 기억들은 나를 쉬이 놓아주지 않았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
이젠 아프지 않다고 외치면서 스무 살의 삶의 들추어내고 있지만
결코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냥 덮어두었던 것 아니었을까?
이틀간 누워 있다가 이제 좀 살만 해져서
밤중에 혼자서 수다를 떤다..
수다를...
누구에겐지 모를
혼자만의 수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