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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제비꽃1014
2005. 2. 25. 12:01
큰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유치원을 졸업할 때보다 더 썰렁한 졸업이지만
오랜만에 치루는 의식에 아들놈은 자못 설레는 듯했다.
이제 청소년으로 대접을 받는 중학생이 된다는 데에도
조금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지난 주 수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려 길이 불편했지만
전학시킨 뒤에
일하는 엄마라는 핑계로 몇 번 드나들지 않은
학교에 졸업 때나 되어서야
얼굴을 내밀었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아들아이는
다른 아이들 틈에 끼어서 눈에 띄진 않았지만
밖에서 보는 모습은
더 멋져 보였다.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말쓱해 보였고
더 똘똘해 보였다.
이건 모든 엄마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점심을 사먹이고 나는 일터로 향하고
아들녀석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일주일째 심혈을 기울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가방 들고 왔다갔다 분주하다 해서 모두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자위해보기도 하지만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결국엔 아무 데도 안보내고
혼자서 공부하는 아들놈이 잘하고 있긴 한 것인지
나도 내심 불안하긴 하다.
그러나
결국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은
언제나 외롭다는 것을
아들녀석도
언젠가는 깨달으리라 믿는다.
혼자와의 고된 싸움에서 승리해야
나중에 웃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혼자 견딘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기쁨을 알게 되길 소원한다.
최선을 다하는 아들이면 족하다.
저녁마다 눈이 빛나는
요즘의 아들아이가
어느때보다 그래서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