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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다시 씨름

제비꽃1014 2008. 7. 15. 01:46

 

작년 여름에 아들녀석을 학원종합반에 보내면서

아들에 대한 공부는 관심을 끊고 싶었다.

 

그러나

올봄  종합반을 그만두고 필요한 과목만 단과학원으로 옮기면서

시작된 나의 고민

 

부족한 영어를 들여다보다가

여기저기 알아보고 하다가 결국은 지난주 서점에 들러 책을 사왔다.

독해책은 똑같은 것을 두권 사왔고

숙어집을 한권 샀다.

독해는 나랑 같이 읽어보기 위해서 두권 샀다.

그리고 15년간 외국어영역 기출문제집을 샀다.

 

어제

저녁을 해먹고

전날 내준 숙제를 점검하고

단어와 숙어테스트를 하고

독해집을 같이 읽으며 한 문제를 풀고 나머지 6개는 오늘 과제로 내주었더니

집에 와서 체크해보니 하나 맞고 다 틀렸다.

 

메인 주어와 동사를 밑줄 그으며 찾아놓으라고 주문했건만 건성이다.

 

틀린 것 다시 확인해야하는데

12시가 넘어 아들녀석은 잠이 들었다.

 

낮에 영어가르치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내 고민을 토로했더니

맘에 맞는 선생님 구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그냥 나더러 봐주란다.

 

단어도 지난 겨울부터 아들녀석이 서너번은 반복해 본 것인데

철자 틀린 것이 꽤 나온다.

엄마는 지나치게 꼼꼼하고 아들녀석은 지나치게 허술해서 지적을 당하니 싫어한다.

 

어제 저녁나절

네 동생 봐주야 해.. 넌 혼자서 자립 좀 하면 안되냐?

엄마 나 고등학생이고 수능봐야하니 날 더 봐주셔야죠..

어려서부터 너무 내 손을 탔나봐.

그냥 두면 너무 엉망이라 봐주다보니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엄마와 함께 공부하자고 하니..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간고사보다 못보았다고 엄살이 심하더니

기말에서도 1등을 했다.

 

그래서 어젠 공부 일찍 마치고 아들녀석이 원하는 노래방에 같이 가주었다.

 

저녁운동 가야하는 시간이었으나 버스타고 서너 정거장 되는 거리를 걸어가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하기로 했다.

여름밤 아이들을 데리고 평소와 다른 길을 가니

선휘는 이게 운동 가는 거야? 하고 나름대로 묻는다.

 

중간에 서점에 들러 아들녀석 학교 영어샘이 지었다는 책을 한 권 사주었다.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노래방에서 아들아이의 노래를 감상해주었다.

 

어쭈? 랩도 팝송도 제법 잘 부르는 걸?

목소리도 미성이다.

그건 유전이다. 나는 노래를 좋아하지만 그리 잘 부르지 못한다.

남편을 닮았다.

살아 있었다면 사춘기 아들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겠지.

 

알콜기 없이 아들의 노래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평소에 분위기 파악해가며 안부르는 애창곡들을 오랜만에 불러보았다. 아침이면 늘 내 친구가 되어주는 아침 9시의 라디오 디제이 이문세의 노래도 한번 불러보고  정태춘의 <떠나가는 배>도 불러 보았다.

 

그리고

카페에 올라온 배경 음악에 익숙해져 <만약에> ,<라라라>,<가시> 등을 신청했더니 아들녀석이 멋지게 소화해서 불러주었다.

엄마가 이런 노래도 어떻게 알아?

짜식.. 알 면 안되냐?

 

근처 이마트에서 장보고 집에 돌아오니 12시

아이들이 씻고 자는 사이 낮에 돌려둔 세탁기의 빨래를 널고 나니 1시였다.

 

오늘은 늦게 들어와 보니

선휘는 어제 장보다가 사준 레고 자동차를 혼자서 설명서만 보고 다 만들었다.

형이 만들어줬니?

아니라고 한다.

선휘는 이렇게 엄마손 안가도 혼자서 잘 큰다.

어제 그걸 하자는 걸 너무 늦었으니 오늘 밤에 들어와 같이 해주겠다고 했는데

상자를 열어 혼자서 만들었다.

 

틀린 단어 다시 복습하고 잠을 자는 큰아들

나 이 영어

계속해서 봐줘야 하는 거야?

힘들거든. 하루종일 목을 쓰고 와서

밤엔 아무말도 안하고 싶을 때가 많아.

 

사실은 미안한 이야기만

밤엔 집에 와서 옷갈아 입고

밤늦게까지 하는 헬스장에 운동하러 가고 싶거든..

땀 흘리고 낮동안의 피로를 좀 씻어내고 싶거든.

 

작은아들 동화책 읽어주고

그 아이와 눈맞추고 이야기 들어줘야 하거든..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