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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행 / 짧고도 긴 여운

제비꽃1014 2008. 7. 31. 23:48

 

잠은 늘 내게 낯설고도 달콤한 유혹이다.

잠들고 나면 죽음과 대면하는 것만 같아서 잠들기 전까지 잠들지 않으려고 안감힘을 쓰다가

잠에게 무너져버리는 게 습관이 되어서인지

나는 잠과 그리 친하지 않다.

 

죽음에 대한 무의식의 막연한 두려움이 그리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잠들기 힘들어 잠에 필요한 것에 사소한 잡착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저도 인간인데 잠에게 무너지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자고 또 자고 내리 이틀을 자고 일어나

비오는 아침에 대전을 행해 출발했다.

 

대전에 아무 연고도 없는데

내 꼬임에 넘어가 흔쾌히 대전행에 운짱 노릇을 해준 문선생님께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동네만 왔다갔다하느라 네비게이션도 없고

흔한 지도책 한권도 없이 서울을 출발했다.

 

먹구름의 하늘을 뚫고 유성에 도착하니 그곳은 거짓말처럼 비 한방울 보이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해

가지고간 두권의 책 중 한권의 반권쯤 독파하고 나니 해가지고 있었다.

 

친오라버니가 대전발령이 나서 몇년간 대전에서 살 던 때도 나만 수업을 핑계로 다녀오지 않았었다.

친구가 유성에서 신혼살림을 하고 있을 때도 서울에 올라오면 그 친구를 보았지 일부러 유성에 내려가 만나지는 않았다.

 

나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도시가 낯설지 않은 까닭은

이처럼 내가 아는 다른 이들과 얽혀있어서 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친구의 달리기코스 갑천도 내겐 익숙한 지명이다.

 

무엇이 나를 그곳에 이끌었을까?

강한 흡입력의 원인은?

내게 늘 따뜻한 마음으로 내글을 보아주신 Beautiful Mind님의 보이지 않는 마음이다.

 

보이는 것만 보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게

이 비정한 네모상자의 한계이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는 것도 그것을 만들어낸 인간이란 존재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때로 주문한다.

과정을 즐겨라.

 

대전행은 선휘와 함께하는 이틀간의 나들이였지만

오고가며 고속도로 길가에 피어난 꽃도 보고

차 안에서 음악도 듣고

그리고 빗속을 뚫고 지나며

먹구름도 보았다.

 

그 여정에

나와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공/감/ 이란 두글자를 공유한

Beautiful Mind님을 만나며

내 삶의 영역은 더욱더 넓어졌다.

 

실제로 뵈니

그리 걱정하시던 살도 별로 없으시고

키도 크시고 세련된 분이셨다.

 

딸.. 연주

참하고 이쁜 중학생 딸 연주.

난 연주가 이뻐서 눈을 못 떼고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마음씨도 고와서 선휘를 데리고 잘 놀아주어서 아줌마들의 수다를 편하게 도와주었다.

 

따뜻한 향기를 듬뿍 뿌리며 살고 계신

곱고 아름다우신 Beautiful Mind님에게

감사를 드리며

�은 여행의 행복했던 기억을 기록해둔다...2008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