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1014 2008. 9. 16. 00:48

 

 

 

 

 

 

 

호수공원 가로등이 너무 멋있었다. 내가 사는 도시와 다른 품격이 느껴졌다

 

 

 

 

 

일산에 사는 오빠집에 다녀왔다. 명절이면 오빠가 다니는 회사에선 간부직원들에게 계열사 호텔에서 준비한 훈제연어를 보내준다. 모두다 같이 촌스러운 우리식구들은 처음엔 그걸 그냥 익혀먹기도 하고 회로 먹기도 했다.  아주 오래전 나도 명절이면 시누이가 선물받은 훈제연어를 입맛에 안맞는다며 우리에게 주어서 매번 먹었는데 생선굽듯이 그냥 프라이팬에 익혀먹곤 했다. 어쨌든 오빠의 훈제연어덕에 우리는 매번 그와 어울리는 레드와인을 곁들여 밥을 먹는다. 참치회를 먹듯이 김을 싸서 먹으니 그도 괜찮았는데 그러다보니 짜게 먹은 탓으로 물을 들이켜는 밤이 되었다. 밥을 먹고 호수공원에 산책을 가서  분수쇼를 보았다. 밤이 주는 선물은 저처럼 다양한 빛을 우리가 구별하여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음악에 맞추어 빛과 물은 율동을 이루고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별히 바쁠 것도 없는 명절에 아이들 데리고 나가서 영화 <신기전>을 관람했다. 여덟 살 선휘에게 두 시간은 좀 지루했을 것이나 엄마의 협박을 기억하는지 잘 참아주었다.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선재는 읽어야 할 책을 챙겨가서 읽었다. 그건 자발적인 행위는 아니고 이도 또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영향을 받아 읽을 책을 집에서 챙겨간 결과이다.   그리고 셋이 함께 본 영화는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다. 초딩 고딩 남자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무리없는 영화였다.                                                                                  

 

 어느날 아침 우이천을 걷다가 바닥에 이르게 찾아온 낙엽을 보았다. 아직도 날은 쨍쨍하건만 내 가슴에 가을이 찾아든 것처럼 나뭇잎에도 가을이 미리 침입해 소리없이 물들고 있었다.

서늘한 가슴으로 맞는 가을이 될지라도 외로움 타령은 안하련다.

그 정서를 벗하며 바람부는 가을의 모퉁이를 지날 것이며

붉게 물들어가는 시린 아침을 맞을 것이다.

그렇게 무사히

건너갈 것이다.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