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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시스

제비꽃1014 2008. 11. 12. 01:09

 

여자들이 남자보다 더 오래사는 까닭은

카타르시스 때문이라고 혼자 생각한다.

 

늦은 밤 아이들이 잠들고 난 이후에

설거지를 하고

오래도록 눈에 거슬리는 여기저기 지저분한 얼룩이 묻은 식탁보를 걷어

레몬색 식탁보로 갈았다.

 

레몬색 식탁보는 내게 있어 좀 고가의 물품이었는데 결혼 3년차 정도 되었을 때 백화점에 갔다가

지름신이 내려 샀던 것이지만 오래도록 내게 사랑받고 있으니

그리 고가는 아니었다고 여긴다..

 

그리고는 걷어낸 식탁보를 손빨래로 주무르고

큰아이 교복와이셔츠를 빨았다.

 

오늘아침 아들녀석 방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를 느끼고 세탁기에 넣어 빨았던 여름이불도 꺼내어

건조시킨다.

 

그리고는 식탁보를 갈아 좀더 밝아진 집안분위기를 혼자 감상하며 씨익 미소를 지어본다.

한결 마음이 개운해짐을 느낀다.

 

뭔가 찜찜하던 감정들이 정화되는 느낌을 맛본다.

 

 

주일오후에 가본 북한산 언저리에 지난주보다 낙엽들이 많이 덮여있음을 보았다.

카메라에 담았는데 길을 걷느라 제대로 못찍었는지 흐리게 나왔다. 이처럼 낙엽이 깔린 길을 바스락거리며 걸었다. 아침에 내린 비로 조금 젖어있었지만 먼지가 나지 않아 오히려 좋았다. 가져간 과일과 커피를 마시고 산책하는 기분을 내며 오후의 산행은 마무리되었다.

 

 

산은 많은 것을 갈 때마다 내게 보여준다.

이제 잎들을 벗고 나면 앙상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며

겨울산의 메마른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와 연애하기 위해

매번 가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말없이 내 생각을 읽어주고

내 어깨를 토닥이며

나를 일깨워줄 그가 거기 있어

매번 오르게 될 것 같다.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를 포근히 안아줄

그...가 있을 것이기에...

 

山이라는 이름으로

그가 거기 있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