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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종로

제비꽃1014 2008. 12. 11. 09:42

 

지하철만 타고 다니느라 땅위의 이 예쁜 트리를 어느해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좀 일찍 시청에 먼저 도착해 이 멋진 트리를 구경했다.

 

              아마도 루돌프 사슴 두 마리?

             

종로에서 광교쪽으로 길을 접어들어서 걸어가다보면 명동롯데백화점이 나온다.

종로에서 길을 따라 걸어가면 광화문이 나온다.

종로에서 올라가면 인사동과 안국동이 나온다.

종로에서 더 가면 종로3가를 지나고 종로4가가 나오고 세운상가가 나온다.

 

최인훈의 소설을 학교 다닐 때 학기 과제로 레포트를 쓴 일이 있다.

지금도 기억나는 한 대목은 주인공이 밤마다 서울의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이었다.

시청과 동대문.. 등지를 통금이 있던 시절에 걸어다니는 대목이 나오던 소설이 <가면고>였나?

관념소설의 대표적인 작가 작품을 대학 3학년 때 읽으며

먼지나는 책 속에서 의미를 도출하고자 고민했던 기억만 가물하다.

 

그 오랜 종로에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커피를 들고 산책했다.

또 우산들고 여기저기 걸어다녔다.

상가는 모두 문을 닫은 밤

거리는 폐허처럼 여겨졌으나

다시 또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곳은 처음 그자리

종각이다.

 

어쩌면 젊은 날의 고향같은

오랜 종로를

어제 걸어다녔다.

 

종로서적은 없어졌지만

아직도 건재한

보신각..

 

사거리의 금강제화

허리우드극장

단성사

피카디리

중앙극장

 

그 모든 건재함이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에서

내 기억을 가끔씩 끄집어내 준다.

 

비 오는 종로...

 

사족:기말고사 기간이라 요즘 좀 한가하다.. 그러나 이 한가로움도 이번주로 끝.. 다시 또 바삐 돌아가는 일상 속으로 복귀?

집에 일찍오는 날은 장을 한아름 보아가지고 들어와 아이들 찌개도 끓여주고 야채넣고 고기넣고 두부넣고 다져서 동그랑땡도 부쳐주고 작은아들놈 공부도 시키며 한가로운 저녁이 꿈같이 지나갔다. 김수영의 거미가 어느 버스정거장에 씌여 있었다. 흔하게 읽히지 않는 시를 그곳에서 만나고 깜짝 놀랐다.. 버스 정거장에 시를 새겨넣는 서울.. 멋진 곳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