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가는 길 구곡폭포 강촌1
봄은 색과 향기의 연회장이다.
앞다투어 곱게 피어나는 꽃 못지않게 이즈음 새로 올라오는 연초록이
얼마나 고운지 눈을 뗄 수가 없다.
프루스트는 한번도 바다에 가보지 않았으면서 바다에 대한 글을 썼다.
그의 관념으로서의 바다는 포효하는 바다가 아니라 어머니처럼 감싸안는 따뜻한 바다였다.
맑디맑은 동해바다를 가끔 꿈꾼다.
그리고 어느날은 한번도 보지 못한 고래를 꿈속에서 만난다.
깨어나 혼자 그꿈을 떠올리며 하루종일 행복한 날이 있다.
바다대신 북한강 한 줄기를 바라보며 바다에 대한 갈망을 잠시 유보할 수 있었다.
치열하게 살기를 갈망했던 20대보다 무디어진 육신과 마비된 영혼으로 살아내는 40대에
느끼는 고요는 요동치지 않는다는 편안함이다.
그래서 나는 30에 40을 갈망했다.
그때가 되면 미혹되지 않는 지혜를 스스로 터득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또한 부질없는 오랜 기다림이었음을 이제야 고개 끄덕이며 이해한다.
그래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다 지나온 지금이 더 편안하고 고요하다.
그리고 나는 최대한 이 고요를 즐기기로 작정했다.
이 예쁜 집은 김치찌개를 파는 음식점이다.
삶이 동화처럼 우아하거나 즐겁지 않다 해도 이젠 그것쯤은 견딜 자신이 있다.
그건 나이가 주는 편안함일 것이다.
오래 다듬어진 습성들이 스스로 조율하고 있는 여유 안에서 그 편안함은 배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회색 도시 안에서 갇혀 살다가 이처럼 눈이 호사를 부리는 날이 있어서
하찮은 일상을 오래오래 견딜 수 있는 힘을 얻고 있는 것이리라.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날은 여전히 흐렸지만 흐린 날 강변은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 앉아
흐린 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구곡폭포의 쌈지공원으로 들어섰다.
돌담에 낀 이끼조차도 풍악을 울리는 듯 정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