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일상
어렸을 때 읽은 동화 <파랑새>에서
아주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귀한 줄 모르고 멀리멀리 찾아헤맨다는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다가
우리집 큰아이가 아주 좋아하던 <쥐순이의 신랑감>에선
쥐순이의 가장 힘센 신랑감은 해님도 바람도 벽도 아닌 쥐돌이였음을 상기시켜주었다.
멀리 있는 행복을 찾으려 하기보다
주변의 일상을 귀하게 여기라는 교훈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하찮은 일과와 하찮은 일상에 감사하는지도 모르지만
때로는 그것이 지루하게도 여겨진다.
지난 달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작은아이가 1000원을 가지고 알뜰시장에서 사온 물품이다.
모자도 제것 티셔츠도 제것 음료수도 제것
그리고 만화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제가 읽을 책이라고 사온 것이
글씨가 작아
아동용책은 아니고 성인용 책이었다.
둘째아이의 자기중심적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면이다.
큰아이는 알뜰시장에서 물건을 골라도
엄마것도 하나 정도는 챙겨올 줄 알았고
동생 장난감도 골라올 줄 알았다.
그래도 한가지 기특한 것은 우리아들들은 알뜰시장에서 책은 꼭 한권씩 사온다는 사실이다.ㅎㅎ
며칠전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정리함 두개를 사왔다.
일년 전부터 하나 둘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늘어난 귀걸이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세워두는 꽂이를 사려고 돌아다닐 때마다 눈여겨 보았는데 어느새 사라져버려 눈에 띄지 않았다.
내가 산 것보다 아는 친구에게 받은 것 가르치는 학생이 사준 것이 더 많았다.
한동안 내 사랑을 받던 목걸이 펜던트.. 친정엄마가 하시던 것을 내가 물려받아 열심히 하고 다녔으나
요즘은 잘 안하게 된다.
내게 있는 것중 고가의 금반지 링 몇개와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 자수정반지..
친구가 필리핀 다녀오며 사다준 은반지..좀 오래되었는데도 잘 안버리는 내 성격탓에 오래 간직하고 있다.
언니가 바자회에서 샀다는 비즈반지를 예쁘다고 감탄하며 얻어와 내가 잘 끼고 다니는 보라색비즈반지
가운데것은 가르치던 학생이 일본에 여행다녀오며 사다준 진주장식의 휴대폰고리인데 줄이 떨어져나갔어도
못버리고 이처럼 가지고 있다.
파란빛이 돋보이는 예쁜 귀걸이는 달파란님이 주신 것
파란옷을 입을 때 하고 나가면 세련되고 시원한 느낌이 나서 아름답다.
몇개 안된다고 여겼는데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꽤 많이 모아들이고 있었다.
좀 큰 것 서너 개는 따로 두기도 했다.
저녁무렵 마신 커피가 원인이었을까?
잠을 놓치고 말았다.
아들녀석 새벽밥을 해주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눈을 붙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