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09 여름
어느 한가한 일요일 오후
아들아이와 선유도에 한번 더갔다.
정수처리장이었던 곳에 연못을 만들어 이처럼 연꽃을 키우고 있었는데 그 척박한 시멘트더미에서도
생명은 이처첨 싱싱하게 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젠 제법 소년티가 나는 둘째아이는 애써 웃음을 보이고 있지만 이내 장난기가 발동해서
엄마를 약올리듯이 이렇게 입을 비죽 내밀고 있다. 짜식 많이 컸단 말이지.
그러나 나는 아이의 이 찡그림마저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어쩔수 없는 고슴도치 엄마다.
꽃보다 이 연잎이 더 싱그럽다. 어릴 때 고향동네에서 비가오면 급한 대로 우산대신 이처럼 넓은 호박잎을 머리에 쓰고 비를 가리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호박잎처럼 넓은 연잎을 만나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혼자 배시시웃게 된다.
덩굴은 친화력이 강하다. 어느 예술가의 연출처럼 이렇게 멋지게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어느 벽화가 이 푸른 담쟁이 덩굴보다 멋진 모습을 연출해낼 수 있을것인가?
몇송이 올라오지 않은 연꽃이 우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맑디맑은 물이 아니라
진흙 속에서 피워내는 꽃이라 하여 불가의 사랑을 받는 연꽃..
아버지가 중국에서 공장을 하고 계시는 학생이 방학을 맞아 중국에 다니러간다기에
비단주머니 하나 사다 달라고 주문을 했더니 이런 모양의 동전지갑을 사다주었다. 중국인들이 선호한다는 빨간색의 비단주머니.. 곱고 예쁘다.
내가 받기만 했느냐 그건 아니다.
나도 인사동에서 산 부채를 이 학생에게 선물했다. 서로 입벌어지게 감탄하며 주고 받았으니
이건 선물이 아니라 거래인가? 물물교환인가?
아무튼 내 부탁을 잊지 않고 면세점을 뒤져 사왔다는 비단주머니.. 한동안 내 눈에 즐거움을 줄 것이다.
일찍 들어와 아오리 사과를 와삭와삭 배어물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묽은 블랙커피 한잔
(바닥에 깔린 것은 제가 바느질하고 살 던 그 어느날 본을 뜨고 한땀한땀 스티치를 해서 완성한 열두개의 조각을 이어붙여 만든 작은 소품입니다.. 가끔 이처럼 깔개로도 쓰고 토스터기덮개로도 사용합니다.)
사실은 책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오랜만에 글을 쓰고 있으면서 그동안 찍어놓은 사진들을 이곳에 끼워넣어 잠시 옆길로 빠지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
한비야의 신간을 사서 읽고 있는 중이다. 거의 다 읽었는데 어제 커피를 엎지르는 바람에 책의 일부가 젖어버려 미워졌다. 책에 종이를 끼워볼지라도 접는 것도 잘 안하는데 물을 엎어 젖었으니 낭패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빌린 책이 아니고 내책이니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다.
<마지막강의>에 대한 소개를 듣고 어제 도서관에 가서 대출해온 책이다. 일상의 편안함에 너무나 익숙해져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았다. 대기 1번 책이다..
한동안 김탁환의 책에 열광하여 그의 책을 읽는 낙으로 살았다.
그러나 불멸의 이순신은 너무 길어서 시작을 하지 않았고 위의 책을 대출하러 가면 매번 1권밖에 없어서 대출을 하지 않았는데..어라..2권 3권이 새책으로 있는 것이다. 얼른 대출해왔다.
대기 2번 3번의 책이다.
도서관 사서가 말하기를 빌려간 사람이 하도 반납을 하지 않아 결국 사버렸단다.
공짜로 빌려보는 공공도서를 돌려주지 않은 불량시민을 서로 욕해주며 인사를 하고 나왔다.
아.. 책 책 책..
지난주 친구에세 한박스나 되는 책이 택배로 왔다.
화인열전과 김형경의 소설은 내 책인데 빌려가서 10년만에 돌려받는 느낌이다. 그래도 잘모시고 있다가 돌려주었으니 다행이다.
그런데 은희경의 책은 누가 통째로 3권이나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내겐 그녀의 최근작만 두세권 있을 뿐이다.
그리고..
보너스로 우리 작은아이 읽으라고 이처럼 많은 책이 같이 왔다.
난 말이지... 아이들 책 주는 사람과 아이들 옷물려주는 사람이 제일 좋더라..ㅎㅎ
휴가때 한웅큼의 먼지를 털어내고 책정리도 하고 옷정리도 했는데
책꽂이를 비워내도 다시 또 쌓이는 책때문에 이번엔 책꽂이 위로 그간 쌓인 신간을 올려버렸다.
이중에서 공선옥의 책이 최근에 읽은 책이다.
광주를 배경으로 한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들의 가장 예뻤던 20대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말한 예뻤던 때는 얼굴이 젊고 고왔던 때를 의미하지 않는다.
시대와 이웃을 위해 기꺼이 눈물 흘릴 줄 알며 아파할 줄 알았기 때문에 가장 빛나던 황금기였던 것이다.
내가 늘 탐독하는 각종 학습법과 아이들 영어교육책..
읽을 때는 한껏 고무되다가 다 읽고 나면 실천하기기 쉽지 않아 그냥 저냥 살아간다.
그래도 아직 작은아이를 위해서 편안하고 심도 있는 영어를 학원에 보내는 대신 실천해야지 맘만 먹고 있다.
어느날인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조금씩 하게 되기를 바란다..
에고.. 이번주부터 개학이 시작된다.
다시 나의 아침은 여유로워지리라 기대하며
더위를 견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