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
우리집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둘다 9월생이다.
큰아이를 임신하고 나서 꿈에 황도가 보였다고 하니 남편은 다음날로 황도복숭아통조림을 사왔다.그때는 겨울이었고 복숭아를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해마다 8월말이 되면 황도를 사먹는다.
이전에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황도복숭아를 아이를 낳은 후부터 해마다 사먹는다.
복숭아는 엄마가 참 좋아하시는 과일이다. 엄마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백도복숭아와 포도를 참 좋아하신다. 그러나 나는 결혼해 살면서 내가 생활을 꾸려가면서는 그 과일들을 즐겨 사먹지는 않았다.
그때 나오는 아오리사과는 즐겨 먹지만 복숭아나 포도는 잘 사지 않는다.
오늘 일찍 끝나고 동네 재래시장을 들러 오면서
황도복숭아를 샀다.
그리고는 껍질을 벗겨 두개째 먹었다.
사과보다 강하지 않지만 부드러운 맛과 노란 과육이 이쁘다.
시장에 들러 오다가 야채시장에서 일하시는 양권사님을 뵈었다.
양배추 한개는 너무 많아요.. 권사님 그거 우리 나눠 먹어요.. 하며 반 통을 그분께 나눠드리고 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미용실에 들렀다.
한달 전에 퍼머했는데 머리모양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미용사에게 인사를 건네니 그녀가 차 한잔 하고 가란다.
아니.. 그러니 헤어에센스를 꺼내어 내게 내민다..
뭐야 이건? 미용회사에서 받은건데 그냥 드릴 게요 받으세요 한다..
오늘 들르길 잘 했네.. 철없이 웃으며 그걸 받아들고 나왔다.
일주일의 피로가 마감되는 금요일..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와인을 마셨다.
둘이면 좋을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 일때는 또 그것을 감당해야하는 게 운명이려니 나는 여긴다.
황도의 껍질을 벗기며 큰아이를 낳은 9월을 떠올리고
내가 먹고 싶다던 포장마차 우동을 남편이 사주지 않아
친구에게 얻어먹고 지하철역에서 모조리 게워내던 그날이 떠오른다.
두아이의 출산을 함께 지켜주던 남편이 간 그 길을
이제
절친했던 내 친구가 가려고 한다.
뼈로 암이 전이되면 20개월 남은 거라고 의사가 알려줬단다.
난..20개월 남으면 안돼..
왜?
큰아이 대학 보내야 하고
작은아이
키워야지..
하나님..
제가 좀 마음에 안들어도 아이들 크고 나면 데려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