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아이스크림/콘서트
다음주면 작은아이의 생일이고 일주일 뒤 큰아이의 생일이다.
그래서 언제나 선휘의 생일에 맞추어 밥을 먹곤 했는데
큰아이가 야간자율학습을 하느라 10시가 넘어 귀가하고 어느날은 11시도 훌쩍 넘은 시간에 귀가하느라 같이 밥을 먹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말엔 학원에 다니니 점심도 여의치 않다.
그래서 오늘 저녁을 먹었다.
이전에 차이니즈레스토랑에 가서 코스요리도 가끔 먹었는데 아이들은 어려서 먹은 탓인지 기억을 못했다.
스시부페를 갈까도 했지만
언제나 너무 조금 먹는 작은아이 때문에 그건 비용 대비 효과적인 선택이 아니라 여겨졌다.
그리하여 일식집에 갔다.
원래 생선회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어쩌다 일식집에 가도 한두점 건드리다 말곤 했으며
나중에 나온 매운탕에 회를 익혀먹기 일쑤였다.
같이 간 남편과 얼굴 마주보며 우리 왜 횟집에 온거냐고 웃어대곤 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전보다는 잘 먹으며 초밥도 먹을 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가끔 횟집에 갔는데 큰아이는 기억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오는 것이라고 생경해 했다.
그렇구나.
내가 즐겨하지 않다보니 아이들 데리고 일부러 사먹이러는 잘 안다녔다.
기껏해야 고기 구워주러나 다녔고
패밀리레스토랑에 가기도 했지만 일식집엔 안데리고 다녔다.
스시부페의 음식가져다먹는 코스가 난 너무 귀찮다.
많든 적든 서빙해주는 대로 먹는 게 더 좋다.
친하게 지내는 지인이 어제 생일이었는데 아무것도 안먹고 그냥 집에서 아들짐싸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하여 그녀도 불러 저녁을 샀다.
어찌 생각하면 해마다 내가 그녀의 생일에 밥을 사는데
정작 그녀는 한번도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문자도 보내오는 일이 없다.
그래서 올해는 생일날 문자만 보내주고 모른 척 하려 했는데 또 밥을 사게 되었다.
그러나..
어찌 생각하면 인생에선 손해보는 게 더 낫다라고 여기기도 한다.
기브 앤 테이크가 인간관계에서도 이어지지만
내가 우리아이들 밥사주는데 일인분 추가하는 것이야 어떠랴 싶기도 했다.
식사가 끝나고
아이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그녀가 사주었다.
일요일 오후 낮잠을 자고 일어나 저녁을 나가서 사먹기 일쑤였던 몇년 전엔
밥먹고 나서 코스가 롯데리아의 소프트아이스크림 이었는데
동네의 롯데리아가 문을 닫은 이후로는 우리의 코스는 수정되었다.
오늘은 동네에서 조금 진출해서일까? 근처에 베스킨라빈스가 있는 것을 눈여겨보아두었다가
아이들의 후식코스로 잡았다.
큰아이가 아이스크림의 메뉴를 고르고 있는 뒷모습이다.
머리카락을 꽤 많이 자른 뒷모습이 저러하니 자르기 전의 길이는 상상해보시라..
맛있니?
아들녀석이 입고 있는 상의는 내가 마트에서 장보다가 단돈 5000원에 사다준 티셔츠인데
올여름 아들아이는 이옷을 제일 많이 입고 다닌다.
커가는 아이에 맞추어 해마다 열심히 사나르며 입히건만
아이는 늘 옷이 없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베푸는 이는 하느라고 하지만 받는자는 늘 부족하다고 여기는 게 인지상정이니까..
작은아이가 카메라를 들이미니 질색을 하며 싫어해서 사진에 못담았다.
대신 큰아들이 이렇게 포즈를 잡아주었다.
밥을 먹고 나오니 근처 공원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지나간 노래들을 불러 귀를 모았다. 가보니 7080콘서트..
거리공연이다.
어느 여름날엔가 서울숲에서도 저녁나절 이런 공연을 보았다.
이제 노인인구는 늘어나고 있으며 그들을 위한 문화행사도 이어지고 있다.
그때 보았을 때나 우리동네에서 오늘 보았을 때
관람객이 60대 이상의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박수치며 흥겨워하는 것은 좋았지만
청하지도 않았는데 무대 앞으로 진출해
요상야릇한 춤동작을 선보이는 취한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건전한 시민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자리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들녀석과 같이 보는데 어른들의 추태를 보이는 게 좀 부끄러웠다.
그래도
오늘은
<일곱송이 수선화>의 멋진 노래를 들을 수 있었고
<향수>를 멋지게 소화해내는 싱어가 있어서 흐뭇했다.
아마추어들이 분명한데
이들은 취미를 이렇게 공연이란 결과물로 이루고 있었다.
우리민족의 가슴에는 면면히 흥이 새겨져 있는 모양이다.
어깨춤을 절로 추어대던 것이
이젠 박수로 이어지고
함께 노래를 불러대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가 흘러갔다.
"선재야
선휘야
너희들이 엄마의 아들로 와줘서
가장 많이 행복하단다.
이처럼 부족한 나에게
엄마라는 귀한 이름을 선물해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