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3 4 5 6 7
<선물3>
5월의
어느 흐린 날
토요일 오후에 강화에 갔었다.
바다를 보며 잠시 망연히 서 있기도 했었는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강화에 가면 꼭 인삼막걸리를 한두 통씩 사와서 집에서 마시기도 했는데
그 큰 막걸리를 다 마실 결심이 잘 안서서 엿을까?
그날은 막걸리를 마시지도 사오지도 않았다.
한바퀴를 다 돌아도 크지 않은 강화를 돌아보며
아주 오래전 그곳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기억만 되살렸을 뿐이다.
서울숲에 갔는데 도무지 숲같지 않은데
아주 좁은 길에 이처럼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어서 요기만 숲같다고 같이간 지인에게
떠들어낸 기억이다.
내 눈이 즐거워지게 바다를 보여주고
서울숲을 걸을 수 있도록
여기저기 데리고 다녀준 지인에게 감사한다.
올해의 내 선물시리즈 중 가장 큰 선물!!
<선물4>
꽃을 말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다 꽃을 받으면
컵에 물을 듬뿍 받아 꽃이 빛을 발하기 전까지 즐겨가며 보아주는데
그래도 장미는 차마 그냥 버릴 수 없어서 말리고 말리고 말리다보니
이처럼 한다발이 되었다.
친구가 서울대학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문병가며 혜화동에서 장미 한다발을 사갔다.
꽃보며 웃으라고...전했더니
내 친구는 내가 꽃좋아하는 것 어찌 알았니? 하며 함빡 웃어주었다.
병실을 지키던 친구남편도
꽃을 사온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며
꽃을 사올 수 있는 우아한 마음을 지녔다며 인사를 건네주었다.
음료수나
음식이 필요한 건 나도 알지만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면
꽃이 더 반가울 것이란 내 판단이었다.
내 친구니까 나랑 정서가 비슷해서인지
내 마음처럼 기꺼워해주었다.
내 친구는 지금 말기암으로 투병중이다.
얼마전 전화했더니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항암치료중이거나
통증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전화기를 꺼두었으려니 짐작하니
먹먹하니 아파왔었다.
며칠 후 통화가 되었는데
너무 아파서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이런 때 내가 참 가난하다는 것이 무엇보다 슬프다.
친구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어 마음만 아파와서 울적해지기 때문이다.
처음 방문때
아무것도 사가지 않고
봉투에 돈을 담아 전해주니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너도
나한테 이만큼은 해주었을거야.. 그냥 받아..
그리 큰 액수도 아니야..
네 병원비에 비하면 아주 미미하지만 이게 내마음이야..
더주고 싶은데 많이 못줘서 미안해..
아침마다
말씀을 묵상하며 친구를 위해
기도한다.
그게 무엇보다 큰 선물로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마른 장미중 끝에 핑크빛이 감도는 장미는 내가 친구에게 사준 장미와 같은 종류이다.
혜화에서 친구를 만나 지나가다가
그 예쁜 장미를 한다발 사달라고 졸라서 집에 가져와 잘 말렸다.
소국
오래 피어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꽃
한해에 한두번
나를 위해 부리는 사치로 가끔 소국을 사서 집안에 들여놓으면
누추한 집안이 환해진다.
그러나
올해는
이처럼 환한 소국을 선물로 받았다.
소국 좋아한다고 하도 떠들어댔더니
이처럼 선물로 받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마구 떠들어 댈 일
소국을 받아
기분좋은
9월
<선물5>
실제로 그리 많이 마시지도
술이 세지도 않은데 술 마시는 것을 즐긴다고 소문이 나버린 탓일까?
술을 선물로 받았다.
와인은 몇번 받아보기도 하고
내가 사다가 마시기도 하지만
이런 브랜디는 처음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이라는데...
언제쯤 개봉하게 될까?
아마도 눈내리는 겨울밤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며
개봉하게 될까?
<선물6>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선물!!
남에게 빌려주기도 싫어하시는 분께서 내게 선물해주신 세 권의 책
퍼펙트 마일,길 위의 소녀, 네 가족을 믿지 말라
(이번 연휴에 읽을 책이 대기중이니
외롭지 않을 것 같아요..)
<선물7>
영혼의 양식 못지 않게 소중한 밥
밥을 맛있게 먹으라고
김을 선물로 주셨다.
김과 김치만으로 훌륭한 한끼 식사가 해결되는 것을 아시고 계신 분이다.
며칠 전 친정어머니에게서 작년 김장김치 남은 것을 얻어왔으니
김치와 김은 환상의 궁합이다.
이처럼 많은 선물을
받고 있으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사족..작년에 친구에게서 받은 MP3는 내 걷기에 동행하는 아주 귀한 친구.. 음악을 들으며
그것을 선물해준 친구에게 늘 고마워한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