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11
김치는 금치이고 보물이다.
하지만 내 손으로 김치를 담가먹은지가 언제인지 새까맣게 잊고 살 만큼
김치담글 때 필요한 커다란 함지박이며 넓다란 소쿠리가 내겐 없다.
한 때는 그걸 지니고 살기도 했지만 여러 해 필요가 없어지자 가볍게 어딘가 버려졌으리라.
해마다 언니네 김장 할 때 조금 얻어다 먹고
엄마에게서 얻어다 먹고
내가 김치같은 건 안담그고 살리라 짐작하는 가르치는 학생어머니에게서 한통씩 기부받아 그럭저럭 겨울을 나고 봄을 나고
어느때는 여름까지 보물같은 김치를 아껴먹으며 살았다.
올해는
전혀 다른 기부자에게서 김치를 선물로 받았다.
손수 밭에서 기른 무농약배추로 담근 김장김치를
산타처럼 내게 전달해주신 분이 계시다.
커다란 김치통에 가득 채우고도 넘쳐 일부는 익혀먹으려고 베란다에 내놓았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오늘은 된장 풀어 고기를 삶고 좀 비싼 굴을 사다가
맛갈스런 김장김치를 죽죽 찢어
같이 먹었다.
배추가 억세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났다.
오늘 우리집의 엥겔계수는 좀 올라갔지만
아주 맛있는 저녁을 덤으로 선물받은 날이다.
김치로 해결되는 것들?
김장김치를 곁들인 잔치국수
김치볶음밥
김치전
김치넣고 끓인 동태찌개
김치찌개
묵은지찜
김치 콩나물 베이컨 볶음
통조림 꽁치찌개
....기타등등
김치는 금치이고
내겐 보물이다.
(11월에 드리는 감사의 기도
그간 혼자 잘나서 이만큼 살아온 줄 알았습니다.
허나 그건 오만한 자의 자기 착각일 뿐
남의 도움이 없었으면 한 순간도 견딜 수 없는 나약한
지체임을 고백합니다.
이젠
이웃에게도 선물이 되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타인을 위해 열린 존재가 되도록
날마다
제 빗장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