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엄마
생긴 것도 닮았고 종아리 굵은 것도 닮았고 도무지 가냘퍼보이지 않는 것도 엄마를 닮았으면서도
엄마 별로 안좋아한다.
별로 살갑지 않게 무뚝뚝한 것도 별로
배려 없이 어른스럽지 못하게 자신만 챙기는 이기적인 모습도 별로라고 늘 친구에게 엄마흉을 보았다.
내 친구도 엄마흉을 같이 보느라 우린 40 넘어서도 친정엄마 흉을 잔뜩 보고 있는 철이 없는 사이이기도 하다.
엄마는 B형이고 한여름 복더위에 태어나셨다.
그래서 나는 B형이라면 질색하고 싫어하고 여름에 태어난 사람을 대할 때면 우리집 여름생들처럼 다혈질인가 하여 싫어한다.
우리 친정식구들은 나와 언니만 빼고 모두 음력 5월과 6월생이라 짜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2월말까지는 신종플루로 휴교한 학교들은 방학이 늦어 오후수업을 계속했지만 이번주엔 방학이라 오전수업이 있었다.
작은아이 때문에 오전수업을 안하리라 했지만 방학중 방과후 수업에 엇갈리지 않게 두 개 정도 수강시키면 오전시간은 어찌어찌 흘러가리라 계산하고 시간표를 작성했다. 그런데 어리버리한 둘째를 믿은 게 잘못..녀석 말로는 담임샘께 신청서를 냈다고 했지만 방과후선생님께 시간을 묻는 전화를 드리니 신청된 바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선휘를 할머니께 보내 시간을 보내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은 다른 날보다 수업이 좀 늦게 끝난데다가 아는 지인이 변호사사무실에 일보러가는데 같이 가주길 원해서 작은아이가 내내 걸렸지만
다녀오다보니 좀 늦었다.
그 사이 엄마는 내게 전화해 몸이 안좋으시니 빨리 오라는 채근을 하셨다.
할머니의 짜증을 어지간히 받은 모양인지
선휘는 집에 오며 인사도 안드리고 나왔다.
왜 인사도 안드리고 나오는데?
나한테 큰소리치시고 야단치시니까..
아프셔도 고운말을 사용하셔야지 왜 화를 내시는 거냐고 내게 하소연을 했다.
내 엄마지만 나도 엄마 맘에 안들 때가 많다.. 그래도 아들놈에게 말했다.
할머니는 엄마 엄마이시거든..아무리 할머니가 뭐라셔도 안사도 안하고 나오면 엄마한테 크게 혼날 줄 알아.. 하고 엄포를 놓았다.
다음날 아침수업이 있었지만
아들아이를 꼬드겨서 집에 몇시간 있게 하고 수업을 다녀왔다.
할머니구박을 받느니 집에 혼자 있는 게 더 나았다는 소리를 하는 아들놈에게 재차 물었다.
할머니가 널 구박하셨니?
응..
구박이 뭔지 알아?
널 때리거나 미워하셨니?
아니..
몸이 좀 힘드셔서 짜증 좀 내시고 소리 좀 지르는 건 구박이 아니야..
엄마 늦는 날
저녁도 주시고 머리 길면 엄마 대신 미용실에 데려가셔서 예쁘게 머리도 잘라 주시고 하셨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돼..
며칠 손주놈이 들락거리지 않으니 궁금하셨는지 오늘은 언니와 토요일 목욕을 다녀오시며 전화하셨다.
이모네 식구들이 모두 감기에 걸렸으니 작은아이가 감기 옮을까봐 이모네 보내지 말라는 걱정이셨다.
엄마네 가니 엄마는 만들어놓으신 쌈장도 챙겨주시고 간식도 주셨다.
엄마는 선휘의 언행을 내게 일러바치신다.
소리를 지르니..
선휘가.. 할머니가 미쳤나봐요,, 왜 소리를 지르세요? 하였다나? 아니 저런!
그 소리에 싸가지 없는 녀석이라고 하셨는지 선휘는 내게 할머니가 자기에게 욕을 했다고 일러바쳤다.
전라도 사람들은 싸가지를 일상어처럼 잘 사용한다.
아버지가 살아 생전 외가를 가리켜 양반가문이라고 비웃어대시긴 했지만
양반가문의 엄마가 상스런 욕을 하셨을 리는 만무하고 아이가 듣기에 생소한 싸가지..가 낯설었던 모양이다.
어느 해 겨울 너무 추워서 다니다가 아는 집에 들어가
내 수준에는 고가의 겨울코트를 사입었는데 따뜻하긴 하지만 좀 뚱뚱해보이는 느낌이 들어서
잘 입지 않는 겨울옷을 엄마네 갈 때 입고 갔더니 옷 좋아하시는 엄마가 그걸 바라보셨다.
그래서 벗어드리고 왔다.
어치피 난 입고 다니지지도 않고
작년 봄에 새로 장만한 겨울코트도 있으니...에구 사드리진 못하고..
내가 책탐하는 것이나
엄마가 옷 탐하는 것이나 같은 것인데 나와 다르다고 그간 엄마를 너무 미워했나보다.
통 전화도 안하고 잘 들르지도 않는 무심한 막내딸인 내게
엄마는 먼저 전화하셔서 늘 뭘 가져가라 김치는 안떨어졌냐 물으시는데
아직도 철이 안난 나는
언니와 앉으면 엄마훙보고
친구와 통화할 때도 엄마흉을 잔뜩 본다..
그래도 엄마인데..
날 낳아주신 엄마가 틀림없는데 말이야.
이해한다 하면서도
엄마 흉 자주 보는 나
죄송합니다.
그래도 엄마 닮아 같이 철없는 딸 생각해서 오래 사셔야 해요..
엄마 돌아가시면
나
고아 되는 것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