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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퀼트 이야기6

제비꽃1014 2010. 2. 10. 00:10

 퀼트를 처음 배우던 무렵에는 꽃무늬 프린트 천만 보면 너무나 사랑스러워 눈을 떼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나에게는 모아놓은 꽃무늬 천이 좀 많다.

 

 오랜 세월이 흐르다보니 요즘엔 체크무늬에 푸욱 빠져

 체크무늬만 보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5센티미터 정사각형을 84개 이어붙여

 

 체크무늬 가방을 만들었다.

 한조각한조각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작년 12월말에 완성하여 겨우내내

 잘 들고 다녔다.

 10년 동안 하지 않던 바느질을 다시 시작하다보니 이전에 사다놓은 지퍼도 몇개 있었지만

 필통을 만들다보니 다시 사들여도 지퍼는 금방 동이 났다.

 옷정리를 하다가 버릴 옷들 중에서 지퍼를 떼어내어

 이처럼 작은 도장지갑을 만드는 데에 요긴하게 잘 썼다.

 가로 세로 10x9 크기의 작은 도장지갑은 작년겨울부터 퀼트를 베우기 시작한 내 친구가 만든 것을 보고

 전화로 설명만 듣고 뚝딱 만들었다.

 두 개 정도 더 만들어 아는분들께 선물로 드렸다.

 생일에 아이스크림케이크를 선물로 받았는데 그때 덤으로 따라온 다이어리

 솜대고 레이스를 붙여 나만의 다이어리로 리폼했다.

 오른쪽에 라벨도 만들여 붙였다.

 위에 보이는 필 통 두 개는 명절에 조카아이들에게 주려고 만들어 둔 것이다.

 3.5센티미터 정사각형을 30개 이어붙여 만든 것이다.

 잘 입지 않는 점퍼와 이제 작아진 작은아이 체크무늬 남방을 오려서

 가방 만드는 데 조각으로 이어붙였다.

 22조각을 이어불여서 만드는 가방이다. 솜과 안감을 대고 퀼팅을 마친 상태이다.

 체크무늬 속에 사랑스러운 꽃무늬 프린트를 슬쩍 끼워넣었다.

 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이다.

 완성된 모습

 노란 가방끈은 이제 들고 다니지 않는 내 가방에서 떼어내어 큰 바늘로 구멍을 송송 내어

 가방에 꿰매었다.

 옆모습은 이처럼 마름모 모양이다.

 퀼트 배우러 다니는 친구가 해보라고 권해서 하룻밤 사이에 뚝딱 만든 22조각 가방이다.

 올겨울 내내 가볍고 편해서 수업하는 내내 어깨에 잘 메고 다녔다.

 

 하나를 더 만들어

 같은 교회다니는 분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나는 위의 파란 체크무늬를 하나 더 만들어 올 여름가방으로 들고 다닐 생각을 한다.

 밝은색의 체크무늬로만 모아모아 가방을 만들었다.

 10센티미터 정사각형 25조각과 삼각형6조각을 이어붙여서 만든 가방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사진만 보고 혼자서 만들었는데

 종이로 작은 본을 만들어 연결부위를 고심하며 만들었다.

 

 이것은 암투병중인 내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만든 것이다. 내 기도와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가방을 들고 조만간 친구를 찾아갈 것이다.

 틈틈이 만들어 두었는데 오늘 두 개의 가방에 손잡이를 달면서 완성했다.

 

 퀼트를 3년 배우며 많은 종류의 패턴과 바느질 기법을 익혔다.

 그것을 다 할 줄은 알지만

 익히고 난 다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만 하게 된다.

 아플리케나 곡선 바느질 보다는 직선 바느질이 더 좋고

 사각 패치워크가 내게는 참 좋다.

 네개의 조각이 만나면 그 뒤는 바람개비 시접으로 꺾어준다. 어느 한 방향도 몰리는 일 없이 시접은 공평하게 돌아가며 자리를 잡고

 그것이 겉면에선 안정감있고 균형있게 맞물려 있다.

 

 각기 다른 질감과 색을 갖고 있지만

 패치워크...조각잇기는 그 안에서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 묘미 때문에 나는 아플리케보다는 조각을 이어붙이기를 더 선호한다.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책을 읽는가?

 첫째는 책이 좋아서이고

 읽다보면 책 안의 귀한 인물들과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아도 사유는 가능하다.

그러나 나는 불가의 도량이나 수도원 기도원 같은 데서 홀로 수양이 가능한

고매한 인격을 지니지 못한 자라

책을 붙들고 있을 동안에만 사유한다.

책을 덮고나면

다시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에 손담그고 있지만

책 안에서는 훨훨 날아다니고

오만한 생각도 하고

무릎도 치며 동감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읽다보니 활자가 좋고

종이가 좋고

책냄새가 좋다.

 

그처럼

왜 바느질을 하느냐고 물으면

뭔가를 만드는 일이 즐겁고

천의 질감이 좋기 때문이다.

 

무엇을 할지도 모르고 무작정 사들였던 그 옛날의 천조각들이

어느날 한 귀퉁이씩 잘려나와 생활 속으로

걸어들어올 때

그것을 바라보며 즐겁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계적이고 규칙적인 바늘땀보다

삐뚤삐뚤 엉성한 손냄새가 나는 바늘땀이

그리 잘나지 않은 내 모습을 보는 것같아 정겹기 때문이다.

 

 진부하면서도 덧없는 삶에

 향기로운 일 하나...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행복 하나에

 슬며시 미소지으며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