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남이섬 20년 후

제비꽃1014 2010. 2. 17. 22:08

 

부모님과 함께 어린 시절에 다녀온 적이 있고

스무살의 어느날

경춘선 타고 춘천에 가서 배타고 다녀온 남이섬에...20년이 훨씬 지난 올해 다녀왔다.

이미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남이섬이 관광지로 이전보다 더 유명해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가서 확인해보니

격세지감을 안느낄 수 없었다.

 세계 책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아이를 세워 동화책의 한 페이지에 포즈를 잡게 하였다.

 그렇게 서 있으면 내 아이도 동화의 한인물로 들어가 책속의 인물이 된 듯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일까?

 정작 아이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데 책끼고 사는 엄마의 감상일 뿐이다.

 동남아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더운 나라에 사는 그들은 눈을 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남방느낌이 나는 납작한 코와 큰눈을 가지고 있어서 동양인이지만 눈에 그들이 외국인인것은 구별할 수 있었다.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눈을 밟으며 걷고 걷고 걸었다.

 앗 그네다.

 아이에게는 별 재미도 없는 길을 걷다가

 사냥감이 먹이를 발견한 듯 그네를 발견하고 아이가 소리쳤다.

 그럼 한 번 타고갈까?

 걷다보니 메타세콰이어길이 나타났다.

 겨울연가의 촬영지라 해서 배용준과 최지우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가운데 보이는 사륜자전거를 나도 아이를 태우고 30분 정도 대여해서 탔다.

 너무나 힘을 주었던 탓인지 며칠간 어깨가 아파서 힘이 들었다.

 네바퀴라 넘어질 일은 없는데도 너무나 손잡이를 힘주어 잡은 까닭이다.

 덕분에 눈길이라 미끄럽고 진창인 길을 즐겁게 달리며 다닐 수 있었다.

 이 멋진 길은 봄이나 가을에 와야 제대로 볼 수 있을 텐데

 잎다지고 없는 겨울에 와서 바라다본다.

 그래도 멋지게 뻗은 모습이 시원스러워서 보고 보고 또 보았다.

 내 아이도 나처럼 20년 후쯤 남이섬을 찾게 될지 모르겠다.

 그때는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함께 이길을 걷게 되겠지.

 

 방갈로를 따라 이어져 있는 강변의 산책로

 

 

 섬은 왜 아련한 느낌에 젖게하는 것일까?

 물이 있고

 건너편에 산이 보이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풍광이 너무 멋져서일 것이다.

 눈내린 겨울산은 짐승의 털처럼 부드러워 보인다.

 

 

 이 아름다운 목도가 끝나는 곳까지 걷고 걷고 걸었다.

 스무살의 내가 이곳을 20년도 훨씬 지난 후에 다시오게 될 줄 몰랐던 것처럼

 강물처럼 흘러가는

 삶 앞에서

 언제 다시올지 모르는

 이 풍광을 깊이깊이

 가슴에 담아두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