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1014 2010. 5. 13. 23:44

 

원래 집안일에 소질이 없다.

여우처럼 꾸며놓고 살지도 못하고 바지런하지도 않다.

 

기껏해야 내 책상 하나 치우고 스물 몇해를 살아왔고

내 옷 정도 세탁해 입었다.

 

몸이 지치고 일에 치여 살다보니

주변 환경은 정말로 정신이 없이 늘 어수선하다.

그러나 이전보다 시간이 많아진 지금에도 여전히 치우고 사는 건 부족하다.

 

그래도

나 아니고는 아무도 할 사람이 없으므로

집안 일을 하고

하고

또 한다.

 

치워도 매일 나오는 쓰레기를 버리고

안입고 몇해째 옷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묵은 옷들을 한아름 버리고

틈나면 아들아이 책상도 한번씩 치워주고

그리고 냉장고를 치운다.

 

하고 하고

또 해도

줄지 않는 집안일이 있어

시간은 잘도 간다.

 

하루

아니

며칠 날 잡아

책꽂이의 책도

정리해보려고 한다.

 

원래 내 성격대로라면

종류별로 크기별로

분류하여 정리해두어야 하지만

그저 되는대로

마구 꽂아놓은 채로

그냥 몇해째 견디고 있기 때문이다.

 

주저앉아

먼지를 닦아내고

책갈피의 낙서들을

뒤적이다보면

시간은

잘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