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아들/종이 이야기
어제 사설 모의고사를 보고 집에 일찍 귀가했다.
저녁에 와서는 다른 날보다 짜증은 덜 내었으니
잘 본 것은 아니어도 수학에서 자기가 공부한 부분은 좀 다져지고 있는지 흡족해 했다.
영어 듣기에서 평소보다 많이 틀려서
독해에 변동이 없었음에도 점수가 좀 떨어졌다고 궁시렁대긴 했으나
이전보다 영어도 좀 안정되어 가는 듯 보여서 그런대로 다행이었다.
우리집엔 종이가 흔하다.
평소에 학생들 시험기간에 프린트로 문제풀이 시키고 남은 것과 답지 등이 굴러다니지만 나는 그것을 이면지로 사용하느라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면지가 한박스 가량 되고
교회 장로님이 내가 종이가 많이 필요할 거라 짐작하시고 두박스가량 자기 차로 우리집앞까지 갱지와 B4크기의 종이를 가져다주셨는데 갱지는 프린트할 때
이미 다 썼지만 나머지는 프린터크기에 맞지 않아 아직도 있다.
그래저래 종이는 늘 넉넉해서 작은아들은 이면지에 그림그리기를 즐겨한다.
종이가 흔해도 큰아이는 학교앞에서 받은 각종 학원홍보용 공책을 연습장으로 사용했는데
얼마전부터 이면지에 구멍을 뚫어 고리로 묶어준 연습장 쓰기를 즐겨 한다.
어제 그거 다 썼다고 해서 새로 펀치로 뚫어 한묶음 만들어주며 왜 공책에 안쓰냐고 물어보니 수학풀기엔 아깝다나?
고3때는 사소한 습관을 즐기며 지냈던 것 같다.
내 경우엔 153볼펜의 심에 금을 그어가며 일주일에 몇개씩 그걸 사용하나로 공부의 양을 가늠했고
앞쪽은 수학 뒤쪽은 영어단어 외우기로 구별되었던 연습장을 고3내내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었다.
당시 우리집에도 종이가 흔했다.
부모님이 아는 인쇄소에서 챙겨다주신 종이뭉치를 스태플러로 묶어서 사용했었다.
그래도 고3때는 문구점에서 누런 표지의 연습장을 즐겨 사서 사용했었다.
아니 그때는 그 인쇄소용지가 바닥이 났었던가?
그저께는 공부하는 선재 먹으라고 아는 선생님이 초컬릿과 소시지를 간식으로 챙겨주셨고
어제는 우리동네 이사오신 블로그이웃분께서 빵을 사다 주셨다.
학창시절의 수고와 땀을 아시는 분들의 격려와 박수이다.
아이가 점수가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태만하지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염려한다고 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선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