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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다

제비꽃1014 2010. 11. 26. 18:52

 

 언니가 지난주 토요일에 김장을 했고 난 어제 김장을 했다.

 절임배추 두 박스를 시키고 총각무는 석 단 사서 담갔다.

 기말고사라 집에 일찍 와서 빈둥거리는 큰아들과 같이 쪽파도 다듬고 무채도 채칼에 쓱쓱 밀게 하고

 총각무와 배추김치를 담갔다.

 

 저녁엔 고기를 삶고 굴과 함께 보쌈을 하고 새우젓 넣고 달걀찜을 하여

 아이들과 행복한 저녁밥을 먹었다.

 

 그간 너무나 씩씩하게 살아왔나 반성하며 잠들었다.

 저녁약속이 있었다며 늦게 들른 언니는 일찍 와서 김장 속 넣는 것도 도와주지 않았고

 무척 피곤하다는 넋두리만 하다 갔다.

 쳇!! 누가 왕비 아니랄까봐..

 

 엄마는 외할아버지 추도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그저께 수요일 아침 군산 외삼촌댁에 내려 가셨다.

 엄마!! 나 김장 속은 안 해줘?

 뭐 너 잘 담그더라.. 맛있게 잘 하겠지..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죽는 소리도 좀 하고

 도와달라고 징징거려야 하는데

 내가 평소에 너무나 잘난 척을 하고 사는 모양이다.

 

 몇달치 먹을 김장을 10년도 넘어 처음으로 혼자 하는데

 정작 근처에 사는 언니나 엄마는 척 믿어버리고 별로 도와주지 않았다.

 

 쉽게 생각했는데 두 박스의 배추속을 혼자 다 넣으려니 몇시간이 걸렸다.

 지켜보던 큰아들이 엄마 혼자 더디 하니까 저도 할까하고 물어보았지만

 김장속을 아이가 어찌 넣을지 못미더워 혼자 하니 그것도 힘이 들었다.

 

 게다가 저녁에 김장을 마치고는

 내것 시키며 절임배추 한박스를 우리집으로 같이 주문해준 지인이 찾아와 배추를 주었는데

 기분이 상했다.

 

 배추값과 택배비를 주는데

 500원짜리 동전으로 14000원을 가져왔다. 그러니 그게 28개?

 컵에 모아놓은 500원짜리 동전을 소비하는 것은 나한테 하는 것은 결례이다.

 나같았으면 일부러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서 가져다 주었지 동전으로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돈이 없어서 그걸 들고 올 정도로 형편이 궁색하거나 가난한 사람은 아니기에 좀 화가 났다.

 

 오늘 은행에 입금하러 갔다가 동전이라 창구 여직원에게 입금을 하려 했더니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동전입금은 불가라고 받아주지 않았다.

 배추값을 계좌이체 시키고 시장에 들러 남은 동전을 다 써버렸다.

 

 다음부터는 오지랖 넓게 다른 사람 배추 시켜주고 이런 봉변 당하는 일은 없어야 겠다.

 나 별로 이해심 많고 착하지도 않은데

 너무나 이해심 많은 인간으로 비치는 모양이다.

 

 언제나 매번

 내가 너무 씩씩해서

 엄마나 언니는

 혼자서 너무나 잘 할거라고 믿고 있는 모양이다.

 여태

 죽는 소리 안하고

 꾸역꾸역 살아온 내 탓!!

 

 그래도 그렇지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