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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시다
제비꽃1014
2010. 12. 8. 14:46
청마 유치환은 사랑하는 여인에게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부쳤는데
나는 길을 지나다가
우체국에 들어와 잠시 눈을 바라본다.
세상이 수묵화로 변하고 있다.
온갖 색들이 흰눈 아래 갇혀
색을 읽고 흰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나는
우체국 컴에 들어와
발자취를 남기다.
오늘
서울에
눈다운 눈이
휘날리다.
스무 살의 어느날
나도 우체국에서
써서 보낸다는 한 선배의 편지를 받기도 했었다.
아릿한 추억처럼 입 안에 감도는
언어들..
그도 이젠
한 가장이 되었을 테고
눈 오는 날
내게 편지 보낸 일 따위 잊었는지도 모른다.
그해 겨울
그가 편지를 써서 부쳤다는
여의도 우체국의 눈발 위를 혼자 걸어다녔었다.
내 발자국이 눈에 묻혀 사라졌듯
이젠
그런 기억들도 다 사라져 갈 것이다.
연서를 보낼 애인도 없는데
나는 우체국에 와서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오늘은
눈이 오고 있다고...
이제 나이들어
누군가 그립지는 않으나
여전히 눈을 바라보면
가끔씩
옛생각이
난다고..
그렇게
나에게
편지를 쓴다.
서울 어느 우체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