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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제비꽃1014 2011. 4. 5. 09:47

 

어제 엄마집에 잠깐 들렀더니

열무김치며 콩장이며 엄마가 챙겨주셔서 잘 들고 왔다.

우리동네에 요즘 마트가 새로 생겨서

그간 있던 마트와 경쟁하느라 시금치 한단에 100원 양파 한 개 50원 하고 한다고 한다.

하루는 엄마가 시금치를 넉 단이나 사다가 나물을 하셨는데

언니네 주셨다고 한다.

나두 나물 잘 먹는데 왜 난 안주었냐고 눈 흘겨 물으니

엄마는..

 

너도 시금치 잘 먹니?

난 네가 하도 가리는 게 많고

안먹는 게 많아서 잘 몰랐다.

 

그건 엄마의 변명섞인 발언이셨지만

내가 입맛 까다로운 건 사실이고

어려서 편식 심했던 것도 사실이고

뭐든 오케이하는 언니와 달리

딴지 걸고 까다롭게 굴었던 것도 사실이다.

 

가끔 뵈던 시골 친가의 할머니께도 어린 것이 너무 깍듯하게 굴어서

참 어렵더라고 언니에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처럼 엄마에게도 나는 편치 않은 딸이었던 것이다.

 

대충대충 하시고 그리 꼼꼼하지 않은 엄마와

까다롭고 꼼꼼한 딸의 관계 형성은 그리하여

좀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었나보다.

 

언니에게 더 마음이 가서 나한테보다 더 잘하신다고만 여겼지

내가 엄마를 어렵게 하는 존재였음을

나이 50을 바라보며 깨달아가니

나도 인생을 참 미련하게 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