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1014 2011. 6. 26. 02:14

 

 낮에 집에 들어오다가

 재래시장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모기퇴치에 좋다는 허브를 하나 사고 다른 것도 한 가지 샀다.

 

 모두 4500원이었는데 만 원 짜리를 내미니

 주인은  만 원에 500원을 더 얹어 내게 주려고 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으며 바라보았다.

 

 아니 돈을 더 보태서 저를 주시려구요?

 다시 자기의 손을 보더니

 이번엔 1000원에 500원을 주려고 한다.

 

 전 만 원 냈는데요?

 

 거스름돈을 주면서 두번씩이나 실수를 하다니...

 왜 그리 당황하시는 걸까?

 

 그러면서 가만히 주인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기말로는 셈이 흐려서라고 하였지만 장사꾼에게 셈이 흐리다는 것은

 좀 어색한 일이다.

 

 집에 몇달 전 산 토마토모종이 흙이 모자라 흙을 파냐고 물어보니

 친절히 설명해주신다. 흙의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았으나 양이 너무 많아서 선뜻 사지 못하고 왔다.

 집에 들여놓은 화초는 몇가지가 안되고 모두 작은 화분이니 그리 큰 양은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내가 다니는 재래시장의 방향은 아니다.

 어쩌다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번 들르게 되는 재래시장에서

 반찬거리 말고 화초를 사게 되다니 이제 나이들고 있는 징조로 여겨진다.

 물만 주면 자라는 초록잎새의 생명력을 곱게 보아주는 시선이 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낮에 다시 돌아본 화원의 남자는 나보다 열 살은 더 많아 보였지만

 잘 생긴 얼굴이었다.

 식물을 키우는 남자..

 식물을 키우면 그처럼 얼굴도 식물을 닮아가는 듯하다.

 얼굴은 선량해보이지만

 그리 부자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내 젊은 날에도 선량해보이는 얼굴 말고

 좀 능력이 있어 보이는 눈을 갖추었어야 하는데 그때는 그런 눈을 갖추지 못하고

 그리 부자도 아니고 그리 능력도 뛰어나지 못한 배우자를 골랐던 것일까?

 

 요즘 살기 힘드니 별별 생각이 다 드는 것일까?

 

 굶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다행이지만

 매순간 전쟁처럼 살아가는 긴장과

 불안한 미래에 나는 점점 움츠러 들고

 아주 작아지고 있다.

 

 그래도 집 안에 들여놓은 두 가지의 화초에 물을 주고

 창가에 놓아두었다.

 선량해보이는 주인장에게 흙을 사다가 조만간 큰 화분으로 옮겨주어야 하긴 할 것 같다.

 토마토가 너무 약한 흙에서 잘 자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오는 토요일 오후

 책을 읽다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몇년만에

 음악을 몇곡 사고

 낮에 있었던 일상을 기록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