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견디기/걷기2
8월 첫주
일주일을 쉬었다.
휴가의 이틀째
아이들 데리고 광화문에 나갔다.
참선하듯 앉아있는 꼬마가 너무 진지해서
그모습을 담았다.
이 꼬마의 참선하는 모습은
자못 진지하다.
화두가 무엇이었을까?
그 안에서 아주 자유로운 아이들..
참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우와 엄마
교과서에 나오는 세종대왕이 정말로 여기 계시네?
둘째는 감탄을 했다.
나는 친구 만나러 광화문을 자주 지나다녀 몰랐는데
이녀석에겐 광화문광장이 새로웠나보다.
정지용의 별이 적힌 시집을 읽고 있는
신사에게 기대어
양산도 씌우고
아이들은 포즈를 잡아본다..
큰아이가 외친다.
엄마 빨리 좀 찍으세요..
일어나 자리를 옮기자 왜 그랬냐고 물으니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아서 민망해서 그랬다고 한다.
그러나 뒤돌아보니
그 일행도 우리 흉내를 내며 똑같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것봐..
우리처럼 해보고 싶어서 부러워서 본 거란 말이야.. 얘는? ㅎㅎ
얘들아 이 고릴라 넘 이쁘다.
얘네들하고 같이 한 번 서 봐!!
스파게티집 아저씨도 멋지신 걸?
우리의 목적지 씨네큐브에 다 왔다.
우리가 볼 영화는 <인어베러 월드>
막내가 소화할까 좀 염려가 되긴 하지만
한글 읽을 줄 아니
자막이야 보겠지 뭐..
아이의 나이를 들어 너무 제한하고 싶진 않아.
좀 어려워도
어린 시절 엄마와 영화보러 다녔다는 것만 기억해줘도 괜찮아.
아이를 위해서
만화영화나
가족영화를 고르지 못한 이기적인 엄마의 변명같은 넋두리..
점심도 이미 먹었고
영화 시간까지는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길을 건너면
역사박물관이다.
그것까지 염두에 두고 씨네큐브로 온 것이니까..히히
서울시를 방 하나에 축소해 놓아서 발로 밟고 다니면 1분도 안걸린다.
아이들은 미니어처 안에서
제가 알던 건물들을 찾아내느라 분주하다.
우리 작은아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남산
각종 토기들을 퍼즐처럼 맞추어보는 곳
빗살무늬까지 맞추어보니 시간이 얼추 되었다.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와 과자를 사가지고
영화를 보러 갔다.
보고 나오니 밤
그날 하루도 참 행복했었다.
휴가 3일째
큰아이는 캠프를 갔고
작은아이와
오랜만에
북한산 둘레길에 나섰다.
사과 한 알
마실 물을
아이의 배낭에 넣어주고
나는 빈 손 와우
넘 좋다..ㅋㅋ
세찬 비에 나무가 쓰러졌는데
그 나무에 이처럼 이끼가 생겼다.
아스팔트나 보도블럭 말고
이같은 흙길을 걷는 것이 얼마만이었나?
나무가 우거진 흙길을 아이와 도란도란 걸어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