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견디기/퀼트2 ...9월 4일
좀 부담되는 수업을 봄부터 하다가 기말고사를 끝으로 정리가 되었다.
너무 무리가 되어서
정리를 하고 보니 그간 매달렸던 시간이 여유로워지고 갑자기 한가해져서
아무 생각 안하고 여름방학 두달은 내쳐 놀기로 작정을 하였다.
그래서 여유부리며 책도 읽고
아이들과 저녁운동도 다니고
장봐서 맛있는 것도 해먹고 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밥 한 번 하면 혼자서 그밥을 3일간 먹던 날에 비해서
방학동안 집에서 뒹굴거리는 큰아이를 거두어 먹이느라
이것저것 많이 만들고 먹어치우곤 했다.
같이 밥을 먹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은 축복임을
새삼 아이들 밥을 해먹이며 깨닫는다.
혼자서 점심 먹는 데 익숙해져 있다가
얼마만에 느껴보는 행복감이었던지?
친구가 시간나면 같이 바느질하자고 해서
만났더니 퀼트를 하지 않는 친구에게 강습을 한다고 파우치 만들 것을 준비해왔다.
그날 육각형 파우치를 친구에게 가르치는 걸 어깨너머로 보고 와선
나도 육각형 15를 오려서 바로 도전
중간에 친구에게 전화걸어 한번 뜯기도 하면서 만들긴 했어도
완성!!
지난번 내게 귀걸이 사준 영희씨에게 분양되었다.
그녀의 선물에 대한 나의 답례!!
받아든 영희씨 너무나 흡족해하는 것을 보니 나도 아주 기분이 좋았다.
아직도 집엔 천이 두박스나 되는데도 시장에 가면 나는 또 천을 사들이곤 한다.
천이 너무 화려하고 이뻐서 따로 패치워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그대로 파우치를 만들었다. 둥그런 반달 선에는 금속 프레임을 달아주는데 나는 그냥 지퍼달기로 해보았다.
요것도 오늘 우리동네 아는 분에게 분양함.
내게 이것저것 잘 챙겨주시는 고마운 분에게 선물로 갔다.
파우치를 받아드시고는 잠깐 기다리라며 영양크림을 쥐어서 보내주셨다.
뭘 받자고 드린 것은 아닌데 왜 빈손으로 보내지 않으시는지 원!!
이미 많이 받았는데도요..
동그란 동전지갑은 지난번 내게 콩과 현미를 준 효정 씨에게 분양되었다.
어찌 보면 푼수 같으나 마음이 순수하고 착한 그녀에게 분양되었으니 아마도 사랑받으며 사용될 것이다.
신문지천을 처음 보았을 때 올해 대학 신입생인 아들녀석의 가방으로 하나 만들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차일피일 시간이 흐르고 나도 경황이 없어서 만들어주지 못했다.
먼저 친구에게 받은 가방본으로 내것을 만들었다. 너무 밋밋한 느낌이 들어 오렌지색으로 바이어스를 둘렀다.
오렌지 빛은 이제 입지 않는 내 여름남방에서 오린 것.. 아직 가방 끈을 달지 않았는데
내 주황색 가방에서 끈을 떼어내어 재활용하려고 한다.
그 가방을 든 지 오래 되었으니 이제 잘 안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납작한 보스톤가방에 도전!!
솜과 바이어스가 겹치면 너무나 손가락이 아플까 염려하여 꾀를 부리다가 안감을 넉넉히 남겨 그것으로 안감바이어스를 대신하느라
약은 체를 했더니만 가방이 부분부분 매끄럽게 연결이 안되고 난리다.
그래도 어쨌든 완성.
본 오려두고 일주일을 방치하다가
오늘 아침부터 퀼팅하고 이어붙이고 마무리까지..
아 손이 욱신거리고 아프다..
이번엔 가죽끈 대신 천으로 된 웨이빙끈을 달았다.
내 가방의 단조로움 대신 이 가방엔 밑단만 사각패치을 붙여 변화를 주었다.
어릴 때 필통이며 신발주머니
보조가방 등을 모두 엄마가 만들어준 것으로 들고 다닌 우리 큰아들의 장점은
엄마가 만들어준 것이면
아주 행복하게 들고 다닌다는 점이다.
책가방 말고 가볍게 외출할 때 들고다닐 가방을 사줄까도 했지만
바느질 하는 엄마가 아들 가방 정도야 하나 정도 만들어주고 싶었다.
마음에 안들면 동생 준다고 하니까
너무 마음에 든다고 너스레를 떤다.
주말아르바이트를 구해서 지난주부터 아르바이트 다닌다.
끝나고 집에 와서 완성된 가방을 보더니
흡족해 한다.
내 가방을 해체하여
작은아이 주일학교 가방으로 리폼하였다. 아이가 들고 다니는 작은 가방에
주일학교 공과책이 안들어가서 그 책이 들어가는 사이즈로 만들었다.
이건 이미 다 되어있는 것을
모양만 만들고 끈만 달은 것이니 그리 힘들지 않았다.
지난주 교회 들고 가니 어른들이 모두 가방보고 한마디씩 해 주셨다.
이쁘다고!!
손끝이 좀 아프다.
이제 당분간은 바느질을 좀 쉬고
책을 좀 읽어야지
시원한 9월이 되었으니...
추운 겨울밤이 오면
또다시 솜넣고 누비는 퀼트를 하게 되겠지만..
비가 많이 오고 시간이 많았던
올 여름
이렇게
바느질하고 친구하며 지냈다.
내 가방에 새긴 이니셜 Choi
드디어 가방 끈을 달다.
이건 가방 옆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