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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날 아침

제비꽃1014 2011. 9. 20. 09:09

 작은아이가 오늘 현장학습을 갔다.

 소풍을 요즘은 현장학습이라고 바꿔 부른다.

 그냥 하루쯤 놀리면 안되는지 소풍조차도 현장학습으로

 보내는 대단히 열성적인 대한민국이다.

 

 어제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라 주말에 미리 김밥재료를 다 사다놓았고

 어제는 시금치 한단만 사가지고 들어와 데쳐놓고 잤다.

 

 학교에서 늦게 오는 큰아이 때문에 잠을 늦게 잤고

 아침에 그리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1교시 수업을 가는 큰아이에게도 김밥을 먹여보내려고 서둘렀지만

 아이는 못먹고 그냥 나갔다.

 

 주식을 현미로 바꾸면서 우리집엔 백미가 없다.

 그래서 색이 이쁘거나 말거나 나는 현미로 밥을 지어 김밥을 싸서

 아이의 도시락을 싸고는 내가 싼 김밥을 아침으로 먹었다.

 

 내가 싸서 맛있는 건지

 원래 김밥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밥이란 밥을 좋아하는 건지

 무엇일까 혼자 의문을 품으며 아침을 먹고

 아이의 도시락에 챙겨주고 남은 과일을 혼자서 먹으며 컴 앞에 앉는다.

 

프린터의 토너를 교체해야하고- 인쇄상태가 바닥이라 교체해야함.. 시험기간이라 아직도 못다 한 프린트가 있다 - 읽다가 중단한 에세이 한권도 마무리

에또.. 조물락거리는 작은 소픔들 정리-바느질 하느라 오려둔 천조각들과 만들다 만 것들 -

그리고도 시간이 나면 오늘은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걷기하도 좀 할까?

 

화요일에 현장학습을 간다고 지난주부터 들떠있던 작은아이가

소풍을 가고 난 아침..

 

나는 이제 무엇에도 기다림이 없고 설레지도 않는데

가을은 오랜 친구인데도

늘 처음처럼 설레고 떨린다.

 

멈추지 않는 사랑의 원천

그가 맑고 청명한 하늘을 내게 보여주기 때문이고

아주 시원한 아침을 선사하기 때문이고

이제 곧 내 눈에 아름다운 풍경과 낙엽을 선물로

두고갈 것임을

알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