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6/유홍준/ 창비
사람을 만나는 데는 어디에서 언제 어떤 인연으로 시작되었는가 더듬어보듯이
나는 책을 만날 때도 그런 의미를 부여한다.
유홍준의 책을 여러권 소장하고 있다.
문화유산 답사기는 1권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나온 것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 1,2, 3권은 책을 먼저 빌려 읽고 나중에 소장하게 되었는데 이미 읽은 책이라 1권은 따로 더 사진 않았다. 북한문화유산 답사기를 비롯하여 화인열전1.2권, 추사 김정희까지... 책에 늘 사진이나 도록이 있어서 결코 싸지 않은 책을 늘 사들이는 버릇!!
아마도 작가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그의 답사기가 나오기를 목빼고 기다리다가 포기한 지 오래되었는데 다른 책을 사러갔다가 발견하곤 냉큼 집어들고 오진 않았고
그 다음에 다시 가서 사들고 왔다.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경복궁과 광화문복원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처음본 광화문 현판글씨를 되새기며 중학생시절로 돌아갔다.
지금은 허물어진 중앙청 앞에서 3년간 버스타고 통학했었다. 지금도 내 모교인 모여중은 아직도 종로에 있고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지 않았다.
경복궁의 전면을 총독부건물로 막아버린 일제의 만행을 아파하며 책장을 넘겼다. 멀쩡한 건물을 발파하면서까지 경복궁의 복원이 필요한 것인지 당시에는 잘몰랐는데
책을 읽으며 찬찬히 다시 보니 내가 어려서 가본 경복궁과 복원된 경복궁은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경복궁이나 창덕궁 덕수궁을 어릴 때 사생대회나 소풍장소로 곧잘 다녔지만 대궐이란 곳으로만 알았지 그곳의 역사나 미학적 가치에는 문외한이었다.
유홍준의 책은 보는 맛과 읽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각 유물이 지닌 미학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에 대한 식견을 듣고 나면 아주 유쾌해진다. 무심히 지나쳤던 문화유적에 대한 아주 작은 관심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순천 선암사와 그가 고향으로 삼기 시작한 부여 이야기도 아주 즐거운 여행이었다.
어느날 불현듯 떠나기를 감행할 만큼 용감하지도 못한 나는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으며 서울고궁과 선암사 그리고 부여를 다녀왔다.
그렇게 잠재워 둔다.
여행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