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1014 2012. 2. 1. 03:03

 

지난주 어찌어찌하여 일주일에 이틀만 일해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일의 난이도야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마침 방학이라 시간도 좀 여유로워 갈등을 느꼈지만

날씨도 춥고 별로 하고싶지 않다는 마음이 지배적이어서

거절을 하려 했는데 대화를 하다가 말려서 해주마고 승낙을 하여 버렸다.

 

명절이 지나고 막상 일하러 가니

단기로 내게 두달간 일해달라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그래 나는 프로이지 아마추어는 아니니까 불평하지 말자고 마음으로 나를 다독였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그날 하루의 느낌은  속된 말로 <개 같았다.>

 

나이 들어서 이렇게까지 해가며 돈을 벌어야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그리고 일의 절차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어서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부족한 대로 지금까지 잘 지내온 것에 대한 편안함에 길들어서인지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욕구도 강하게 일지 않았다.

 

그리하여 전날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내고 필요한 서류를 아침에 퀵서비스를 불러 사무실로 전달했다.

담당자가 늦게서야 내게 여러번 전화를 해서 간곡히 부탁했지만

다시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거절했다.

 

아직 배가 부른 탓인가?

그건 분명 아니다.

 

내 존엄과 상관없이 나는 일을 해야하고

어찌 되었든 생활을 책임지는 가장이다.

 

하지만

이제 나이든 탓인지

스스로에게 너무 불쌍하게 여겨지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서글프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이틀 지나서 어제

비슷한 종류의 일을 해달라고 친구를 통해 의뢰가 들어왔다.

친구에게 부탁이 들어왔는데 그 친구는 요즘 뭘 배우러 다니느라 아주 바쁘다.

내 생각이 나서 나에게 해보겠냐고 물어왔지만

10분 고민하고 하지 않겠다고 전화를 했다.

 

몰아치듯 나를 내몰면서 사는데 이젠 넌더리가 나서 멀미가 난다.

내 몸이 피곤하면

먹는 것 또 대충 해먹을 테고

피곤하니 아이도 대충 챙길 것이다.

 

원래 의도했던 바

돈을 덜 벌고 시간이 여유로워져서

그 시간에 아이를 더 신경쓰고 아이와 함께 지내고자 한 내 바람은

바빠지면 피곤에 몰려 나는 또 잊고야 말기 때문이다.

 

사실

돈도 많이 부족한데

덜쓰고

살아가는 데 적응이 되어서 이젠 많이 불편하진 않다.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간다는 데에서

많은 선택들이 유보당했었다.

아침일찍이나 밤늦게는 피하고

유흥업 관련일도 피하고..뭐 그런 일은 하라 해도 별 재주도 없긴 하지만...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서

내가 가려가며 살아온 세월이

내 두아들들이 알아줄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능력은 좀 부족한 엄마가

함께 시간을 보내주고

부족한 음식이나마 내 손으로 해먹이려 했다는 것은

느껴주었으면 좋겠다.

 

돈 벌며 사는 것

쉬거나 놀면 아무 수입원이 없다는 불안감을 안고 사는 것

 

그것이

배우자 없이 사는 것보다

더 큰 두려움이 되고 있으니

이제 나이들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나저나

돈은 좀 더 벌긴 해야하는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