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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평전

제비꽃1014 2018. 10. 17. 12:22

오래 붙들고 있던 백석 평전을 거의다 읽어갈 즈음 좀 지겨워져서 소설책을 집어드니 역시나 하루에 한 권씩 진도 짱이다.

앨리스의 생활방식..장은진.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의 저자
두 책에 공통적으로 가족을 사고로 한 번에 잃고 혼자 남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아무도..에서는 눈먼 개를 데리고 텅빈 집 대신 모텔을 숙소로 삼아 2년간 떠도는 주인공 남자가 등장하고
앨리스에서는..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10년간 문밖으로 나오지 않고 살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그렇게 치유해간다.

심윤경...나의 아름다운 정원
전에 한 권 읽은 적이 있는 작가
달의 제단...김탁환만큼이나 고풍스러운 필체로 고전소설같은 이야기를 쓴 작가. 내용이 기억나진 않지만 사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인왕산 자락에 사는 어린 소년 한동구의 유년이 그려지는 성장소설이지만 비켜갈 수 없이 10.26과 12.12와 광주사태가 배경으로 등장하고
주리삼촌과 삼촌친구와 박영은 선생의 대화로 시대는 읽혀진다. 우리 세대는 70년대와 80년대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어린 시절의 흑백필름을 보듯 회상하며 잘 읽었다.

소설을 두 권쯤 읽었으니 이제 백석도 마지막부분을 읽어야지 싶다가 친구가 택배로 보내준 법륜 스님의 새로운 100년을 펼쳐 읽기 시작하니 슬금슬금 다시 허영심이 고개를 디민다.
시간이 그리 많지도 않으면서 인문학강좌를 인터넷검색하며 좀 찾아보다가 마음뿐..실제로 들으러 갈 수도 없다는 걸 잘 알면서 다시 책으로 코를 박았다.

백석...모던보이..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깔끔하고 멋쟁이였던 백석은 평북 정주?? 출신 김소월과 동향출신이며 김소월의 오산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김소월을 동경하며 시인이 되었다고 한다. 고당 조만식은 그의 오산학교 스승. 동경유학을 다녀와 조선일보에 잠시 근무하기도 했고 함흥 영생고보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전공은 영문학이다. 흠모했던 여인 박경련과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친구 신현중에게 빼앗기기도 한다. 백석은 분단 이전 두세 번의 결혼을 집안의 뜻에 따라 하기도 하지만 형식에 가까웠는지 기생출신 자야여사와 한동안 동거를 하기도 하고 분단 전후에 북에서 두 번의 결혼을 더한다. 화가 문학수의 여동생과 결혼했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나중에 이 여인은 유명한 작곡가로 이름을 드날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열세 살 연하의 리윤희와 결혼하여 말년까지 지냈다.

시인으로 북쪽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러시아문학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지만 경직된 북한사회에서 비판을 받아 그의 작품활동인 시창작은 중단되고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지내다가 생을 마감했다.

그의 생애를 읽으며
산다는 것이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았다.
소설은 허구란 포장으로 감출 수도 있지만
시는 삶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자기 고백이요
성찰의 소산이다.

삶과 결코 유리될 수 없는
그래서 시인으로 살기도
시를 쓰기도 어려운 것이다.

다시 법륜 스님의 책으로 돌아왔다.

한 권을 끝내야만 다른 책으로 넘어가던 내 독서방식은 이렇게 크로스로 넘나들기 시작한 지 꽤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또 소설로 가겠지?
소설은 나의 즐거운 책읽기이므로.. 20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