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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카페놀이 1.2.3.4

제비꽃1014 2019. 10. 11. 21:21

1. 휴일 오후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약속시간보다 세 시간이나 일찍 나갔던 이유는 혼자서 카페놀이를 하기 위해서였다.

 커피를 한 잔 사서 창가에 앉아 창밖 구경으로 시작하였다.

 좀 지루해지면 가지고간 책을 읽기도 하고.. 또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녁마다 내 잠을 지켜주던 전민식의 책은 그렇게 품에 끼고 다녔고 며칠전 다 읽었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로 내게 기억되는 작가.. 루저의 삶이 그려졌다고 기억되는데  매일 운동을 시켜주어야 하는 개를 산책시켜주는 것이 직업인 남자의 이야기였는데.. 자세히 기억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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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해 태어난 작가의 글..

직장다니다가 쫓겨나 각종 알바를 전전하며

삶을 꾸려가는

2000년대 루저의 삶을 보았다.

 

뭘 하든 먹고사는 것이야 해결되지만

그렇게 연명해가는 삶이 참 슬프고 아련하기도 했다.

 

책에는 혼자된 사람들의 삶이 엮어져 있다.

삼손, 미향, 몽몽 원장.. 은주..그리고 주인공 도랑..

책을 읽고 있을 때는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는데 책장을 덮고나면 아득해져 온다.

떠나버린 생각을 다시 되살려 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떠난 것은 그대로 떠나보낸다.

되살리기 위해 다시 들추어 보는 것은 너무 귀찮아졌거든..ㅎㅎ

 

"전화 한 놈이 말은 그렇게 해도 어쩌면 자네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라. 그리고 이건 내 짐작인데 그녀석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자네뿐인지도 모르고. 그리고 우린 대역이 전문이잖아. 가끔은 돈 안 받고도 일해줄 수 있지, 안그래? 그보단 누군가 자네를 향해 손을 내밀 때는 자꾸 외면하는 것은 좋지 않아. 세상에 대해 무뚝뚝해지는 건 사는 것에 권태를 느낀다는 거고, 그건 결국 자신의 목을 죄는 독이기도 해. 누가 손을 내밀면 잡아 줘." 132쪽

 

"원래 세상은 좆같은 거야 평등하지도 않아. 그렇다고 해서 좆같이 살면 그 인생은 진짜 좆돼...중략"  142쪽

 

 

연휴기간에 이 책과 <민들레국수집의 홀씨 하나>를 읽었다. 한 사람은 글쓰기로 풀어내고 또 한 사람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밥을 해먹이는 것으로 삶을 풀어낸다. 나와 타자의 인식에 따라 삶의 행태는 달라진다. 나는 그리 이타적이지도 그리 자신에 몰입하지도 못하는 중간지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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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태로든 활자를 사랑하는 나는 역시나 이 책에 대한 기억을 짧은 독후감으로 2012년 10월에 기록해 놓았다.

내 기억에서 퍼올려 본다..

 아 그때 나는 40대였고 이처럼 책을 읽고나면 기록해두기도 했었다. 지금보다는 덜 게을렀던 모양...ㅎㅎ


이번 전민식의 책도 역시 루저들의 삶..

생계가 모호한 프리랜서 기자, 혼혈인과 이혼하고 혼자가 된 직장인 돌싱 여자, 순리대로라면 고향 마을에 내려가 무녀 할머니의 대를 이어야할 것 같은 운명을 거부하는 여자, 외제차 튜닝에 능숙한 카센터 사장.. 4명이 중심 이야기를 이루지만 이들의 주 내용은 SR(Street Racing) 이다. 배기량 2000cc 이하의 차량만 참여가 가능하고

참가비를 내고 레이싱에 참옇여 우승을 하면 천만원 대의 상금을 받는다.


희망이 없고 앞날이 불투명하지만 그들은 달리고 달리고 달린다. 달리는 속도감에 잠시나마 그들은 잊고자 한다. 마지막엔 사막랠리로 떠나며 책은 끝을 맺는다.

루저들에게도 일생을 걸고 때로 전부를 걸고 레이싱이 필요한 때가 다가온다. 아마도 희망이란 단어를 그렇게 부여잡고 싶은지도 모르고

다 던지고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리셋을 간절히 원하는지도 모르지만 대체로 긍정의 느낌으로 책은 끝난다.


또다시 자신에게 묻는다. 왜 책을 읽는가?

그것도 사실이 아닌 가짜이야기로 정평이 난 소설나부랭이를 나는 왜 아직도 끼고 있는가?


위로받고 싶어서일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위로..


그 속에서 새로 살아갈 희망을 찾고 싶은 욕구...

그렇게 의미부여를 해본다..


의미 아니어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변명...ㅎㅎ


         

 오래 창밖을 보다 보니 의자가 좀 불편하다.. 자리를 옮겼다. 좀더 쿠션감이 좋은 의자로..

역시나 나이들었다.. 부드러운 게 좋아...ㅋㅋ

 거리를 내다보니.. 대학가 답게 꽃다발이 있다.

 그중의 하나를 선택해 어느날 친구에게 사주려다가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대신 책을 사주었다.

 꽃 사주려고 했다는 내 말을 들은 내 친구는.. 꽃보다 책이 더 좋아.. 외치면서 중고서점에서 고른 책을 기쁘게 받아들고 헤어졌었다.ㅎㅎ

 그 옆으로 길거리 치킨점... 치킨과 해쉬브라운..

 그 옆으론 액세사리 가게..

 그렇게 사이좋게 줄지어 있었다.

 카페에 도착하기 전.. 일찍 나와서 배가 좀 고팠던 나는.. 혼자라도 먹기에 편한

길거리표 음식을 들러보다가 어묵 한 꼬치를 먹고 시장기를 채우고 이 카페에 들어왔다.


이제 8순이 넘은 친정노모가 의식없이 못알아보신지도 이년째.. 엄마가 계시는 요양원에 뵈러 오는 착한 딸.. 내 친구를 기다리며 그렇게 카페놀이를 하고 있었던

어느날의 기록...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반이나 늦게 도착했지만 그 사이 나는 길거리를 바라보며 지냈고

혼자 책을 읽었고.. 간간이 멍 때리는 고요을 맛보았다.. 그렇게 카페에서 놀았던.. 시월 어느 휴일 오후...


 2.전주 토요일에 휴일인데도 근무를 한 아들이

 그 다음주에 평일에 대체 휴뮤로 하루 쉬게 되었다고 노래를 불렀다.

 전날이 개천절이고 그담음날이 토요일이라 4일의 휴가가 생긴 셈이어서 어디를 놀러갈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는 것 같더니

 막상 떠나지는 않았다.

 남들이 다 노는 평일에 전날 느닷없이 군산에 하루 여행 다녀오자고 떠들고는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열차와 교통편을 알아보다가... 그렇게 먼 거리에 하루 다녀올 정도로 그리 갈망이 강하지 않았던 나는...

 그냥.. 새로 개방된 경춘선 숲길이나 걷자고 꼬셔서 군상행은 무산되었다.


 6km 구간을 걸었으니 왕복 12킬로미터를 걸었다.

 그리고 돌아와 오다보니.. 점심을 사 먹고 근처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북카페 등장.. 두두두 둥...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1500원... 우왕..

 돈부리집에서 아들이 점심을 샀으니

 커피는 내가 쏘았다. ㅎㅎ

 

 

 

 

 

 

 그날 아들과 먹은 점심메뉴..
 음식은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밥집이 이뻐서 한 컷..

 일상다반사.. 창에 비친 글씨도 거기 배경으로 등장하는 초록도.. 아름다웠다.


 시월의 어느 평일 카페놀이 2탄에 등장하는 점심이었음...ㅎㅎ


 3.. 토요일 오후

 뚝섬유원지역에 있는 북카페에 갔다.

 책은 안읽고 여기서도

 바닐라라떼 한 잔과 수다.. 그리고 한강변을 좀 걷고 돌아왔다.

 혼자 놀기도 좋은 곳이었는데 이상하게 나는 혼자서는 카페놀이를 잘 하지 않으니

 노트북이 없어서 그럴까? ㅎㅎ

 카페에서 노트북 켜놓고 하루종일 공부하는 이들을 카공족이라 한다고 한다.

 공부할 일도 없고

 켜놓고 어느 작가처럼 카페에 출근해 글을 쓸 일도 없다..

 누군가 만나 수다를 할 때 간간이 배경으로 등장하니

 앞뒤로 혼자 머무는 시간에 혼자 있는 시간에 카페놀이를 할 뿐이다.ㅎㅎ

 

 ㅎㅎ

 


 

 

 


 

 


 


 


 

 

 

 

 


 

 나는 이 의자에 앉아서 친구와 수다를 했다. 줄거웠던 수다가 지금도 까르르 들려오는 듯하다..ㅎㅎ



4. 이날의 만남은 셋...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모르는 동네를 누비고 다녔다.

 안내해주는 곳에 가서 맛있는 밥을 먹었고

 안내해주는 곳에 가서 카페놀이 4탄...두두두둥...

 

 

브런치 카페는 아니었지만 여기서 파는 크라상이 맛있었다.

밥이 너무 맛있어서 배부르다고 아우성을 했으면서도

커피에 크라상을 함께 등장시켜 수다와 함께 맛있고 달콤하고 느끼하게 먹었다.

 크라상 결결이 버터가 얼마나 들어갔을까 음미하며...ㅋㅋ


 

 

 

 

 

밤이 주는 운치도 분위기 있지만

낮이 주는 밝음과 초록도 삶에 향기를 불어넣는다.


그래서.. 지루한 하루하루를 견딜 힘을 얻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