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내 물건으로 세 번째 물건이다..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살게 되었을 때..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살고 싶어 합법적인 동거에 들어가는 결혼이란 것을 할 때.. 혼수로 사 온 거를 10년 넘게 사용했고...
저렴하게 사보자고 세운상가에 가서 구입한 게 화근이었는지 고장이 잦아 AS를 몇번이나 받아 고쳐 썼는데 말썽이라
10년 차에 새로 샀다.. 그런대로 잘 사용했는데.. 12년쯤 사용한 거 같다..
고장이 나지도 않았는데.. 이사를 하게 되면서... 용량 크고 새것으로 하나 구입했다.
이전 것이 위아래 문을 여는 투도어였다면..
새것은 양쪽으로 문을 여는 양문형.
이것도 좀 저렴하게 사보겠다고.. 대형마트에 있던 전시용품을 특정 카드사 할인이 더 된다 하여.. 그 카드를 지닌 지인 것의 카드로 구매.. 얼마나 싸게 샀을까? 글쎄.. 30만 원쯤 싸게 산 것도 같고 기억나지 않는다.
한 번도 부자로 살아보지 않아서... 할부구매를 하지 않고 신용카드로도 구매하지 않으니 일시불 구매로 기억하고
150만 원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로 만 7년 사용한.. 이 냉장고가 아프다고 신음소리를 낸다.
AS 기사를 불렀는데 얼마나 바쁜지 이틀 만에 온다고 한다.
하여.. 냉동실 고기를 다 먹어버리느라 이틀간 바빴다.
사다 놓은 생선 8마리를 한번에 구워 아침 저녁으로 먹고도 두 마리는 남았다..ㅠㅠ
강제로 얼려놓은 우거지도 버렸고 만두하고 남은 것인지 사다놓은 왕만두피도 버렸다.
버리며 생각해보았다.
냉장고도 쉼 없이 돌아가느라 휴식이 필요했구나..
집안에 정수기는 있으나.. 냉수 나오는 정수기가 아니라.. 찬물을 못 마시느라 강제로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아침에
깨어 새삼 냉장고의 고마움을 기억한다.
그나저나... 수리비는 25만 원을 예상하라니...
그 말을 들은 큰아이가 말한다.. 그냥 소형 냉장고를 하나 사겠어요.. 뭐 이리 비싸죠?
그러게나 말이다..
그래도 고쳐 써야 하는 것이 새로 사는 것보다는 싸기도 하고
그간 정들었잖니? ㅎㅎ
사람은 AS가 안 되는 존재인데.. 달리 생각해보니
새로 시작하기엔 비용이 많이 들어서
헤어지지 못하는 부부도 꽤 있지 않을까
새벽에 일어나 잠시 헛생각을 해보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다들 힘들다는데
우리 집 냉장고는 내게 돈을 요구한다,
그리고 고장 난 내 치아도 이 달엔 새 옷을 입혀달라고 한다.
6월에 이런 청구서가 날아들 줄이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