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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외출

제비꽃1014 2022. 6. 28. 23:47

2주 전 별일이 없으면 28일 저녁에 다같이 보자고 약속을 하였다.

직장에 다니는 40대 현옥씨를 위한 배려이다.

연인 기다리듯 그날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오전에 수업을 하신 선생님 쉬시라고 좀 간격을  가졌다가 이른 저녁에 길을 나섰다.

몇년간 드나든 오피스텔인데도.. 순간적으로 층수가 기억나지 않아 엘리베이터에서 멈칫했다.

큰일 났어.. 나 늙었나봐 왜 이리 기억들이 가물거리는지..

 

8층? 10층? ㅎㅎ

그래도 실마리를 찾아 간신히 기억해냈고 무사히 찾아갔다. 전화 안하고 갔으니 기특함..ㅋㅋ

 

어제는.. 하얀 삼베에 티매트를 하자고 선생님이 도안과 삼베를 준비해놓으셨다.

일찍 갔으니 같이 천도 잡아드리고..작업하는 것을 도와드렸다.

6시가 넘으니 배가 고파왔다. 사간 김밥을 먹자고 선생님을 꼬셔서.. 먹으려는데.. 냉장고에서 맥주 꺼내줄까 물으신다..

어이쿠.. 김밥에 목축이라며.. 맥주를 꺼내시고.. 가만있자 육포도 꺼내신다..

사람들 오기 전에 둘이서만 살짝꿍 하고 있는데..숙희씨.. 남편 저녁 차려주고 온다더니 들어서심..

어랏.. 손에 맥주 6캔이? 어머머... 차 두고 오셨죠? 그녀는 빙긋이 웃는다.. 그럼요..

아침엔 간단 시리얼? 점심엔 야채샐러드를 도시락으로 챙겨가는 남편이 저녁엔 온전히 먹는 밥이므로 꼭 밥을 챙겨드려야 한다며 저녁차려주고 오느나 늦었다며.. 챙겨온 맥주는? ㅎㅎ

치킨 한 마리 주문하고..기다리는 새 현옥 씨 등장..

자수는... 저멀리 달아나고.. 우린 맥주를 마셨다.

정원 대보름날 모여 그날도 자수는 숙제로 남겨가고 술을 마시고 집에 왔던 거 같다.

밤중에 모인 아줌마들.. 70초반의 선생님.. 60대 숙희 씨.. 나 50대.. 40대 현옥 씨..

그간의 쌓인 수다를 풀어내며.. 선생님의 삼베천과 자수 도안은 가방에 챙겨들고 집에 왔다.

기분좋은 한여름밤의 외출이었다.

비가 내리던 화요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