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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못 버린 물건들/ 은희경 산문
제비꽃1014
2023. 12. 13. 22:38
그 시절의 나에게 음주는 일종의 시간제 타락 체험 같은 것이었다. 그 체험장에 입장하면 생활에 시달리고 타인에게 위축된 나 대신 무책임하고 호탕한 내가 있었다. 15쪽
내가 나에게 신랄해지면 불운이 나를 좀 봐줄까 싶어서 일부러 삐딱한 것이다. 44쪽
'문학이란 성공담이 아닌 실패의 서사'라고 알고 있는 소설가답게 또 나는 그 예정된 실패의 운명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사라지는 패자의 모습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허연의 시 <일요일>
몸의 이동은 신체와 정신을 동시에 각성시켜 새로움과 접촉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활동일 것이다.이동의 강도를 높여주는 속도의 체험 역시 우엘벡의 용어를 빌리자면 일종의 '투쟁영역의 확장'일 수도 있다. 스스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감옥이란 말이 구속과 박탈의 은유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230쪽
모두들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진화야. 인간들은 다르다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자기와 다른 인간을 배척하게 돼 있어. 하지만 야생에서는 달라야만 서로 존중을 받지. 거기에서는 다르다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야. 서로 다른 존재들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거야..올바른 길이란 건 없어. 인간은 그저 찾아다녀야 할 뿐이야. 2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