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1014 2005. 8. 3. 09:55

 

 아침의 맑은 공기를 참 사랑한다.

 

 풀잎 머금은 이슬의 그 잔잔한 떨림과

 아직 처녀지인 새벽의 맑은 공기를...

 

 어제 아침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고

 두 아이를 데리고 동네 뒷산에 올라 하늘을 보았다.

 

 산에서 나오는 맑은 공기가 머리를 맑게 해주었다.

 

 그리고 돌아와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이고

 큰아이는 공부를 시키고 작은아이를 한글을 읽혔다.

 

 늘어지는 오후에 자동빙수기로 얼음을 갈아 팥빙수를 해 먹이고 또

 망중한...

 

 잠시 남편 생각이 났었다.

 손으로 갈아서 해먹는 수동빙수기로 저녁마다 열심히 얼음을 갈던 남편이 떠올랐으나

 함께 살아온 흔적에 대한 기억일 뿐

 이내 나는 아이들과 까르르 웃으며 오후를 보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같이 산에 가자는 큰아들은 아침이 되자 일어나지 못했다.

 

 비가 조금식 흩뿌렸지만

 오늘 오후에 캠프를 가기로 한 큰아이와 이렇게 아침 산책을 하긴 어려울 것 같아서

 아이들을 깨웠다.

 

 어제보다 젖은 땅이어서

 풀냄새가 더 향긋햇다.

 

 아침저녁 아이들 데리고 풀꽃도 보러다니고

 맨드라미며 채송화 무궁화 해바라기 나팔꽃 등등 산으로 향하는 길에

 피어있는 꽃들의 이름을 되뇌며

 한가하게 지낼 시간을 나는 상실했다.

 

 그리하여

 오늘은 모처럼 비오는 아침에 아이들과 산에 오르며

 작은아이에게 열심히 꽃이름을 알려준다.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새벽에도

 밥벌이에 관련된 일을

 혼자서 하고 있느라

 아이들과 산책할 여유를 못가진다.

 

 내 휴가의 삼일째.

 

 아침 풀꽃의 향기를 맡는 것으로

 지낸다.

 

 향그러운 풀냄새가 지금도 코끝에 싸아하게 머문다.

 

 싸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