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

노래방

제비꽃1014 2003. 4. 13. 21:38
바람이 불어서 바깥에 나가긴 글렀다고 여기며 외출을 한다. 수선가게에 들러 구두수선을 맡기려 하니 일요일은 쉰다고 한다.

시장에 들러 아들놈 트렁크팬티를 산다.
몇달 새 부쩍 커버린 아들놈의 속옷이 맞는 게 없어서 그녀석 희망대로 삼각에서 사각으로 팬티를 산다.

그리곤 음료수를 한병 사서 대낮에 노래방엘 간다.
현란한 조명에 작은놈은 졸다가 잠이 들었다.

대낮의 첫손님에게 주인은 두시간은 내준다.
선재는 올인과 야인시대 주제가를 열댓번은 부르고 나는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들을 불러본다.

두시간쯤 흐르자 기운이 없다.
그 사이 작은아들이 잠이 깬다.

평소에 남편은 가족끼리 밥을 먹고 노래방엘 가자면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평소에 매일 가는 곳이므로 지겨웠는지도 모르지만 나와 아들은 때로 갈증처럼 노레방을 그리워 한다. 그래도 막상 대낮에 아이들 데리고 노래방 가는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나른하다.

서른의 마지막 봄이다.
그리고 슬프다.

산다는 게...

날이 좀더 따뜻해지면 공원에라도 나가야지.

아무래도 어두컴컴한 대낮의 노래방은 뭔가 서글프고 궁상맞은 데가 있다.

작은놈 기저귀 갈고 일찍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