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

10월 마지막 주

제비꽃1014 2003. 10. 27. 20:57
가을비가 몇 차례 오고 이제 가을이 다 저물어간다.
바람도 쌀쌀해지고 어느새 거리도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 간다.

이제 곧 닥칠 겨울을 생각하며 솜이불을 꺼냈다.
솜이불이 주는 포근함을 오리털 이불보다 더 좋아한다. 너무 가벼워 아무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오리털의 가벼움보다 솜이불의 묵신함을 참 좋아한다.

몸에 닿는 건 무조간 면만 고집하는 내 촉감에 대한 집착은 어쩌면 솜이불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를 일...

이제 솜이불을 덮는 겨울이 다가온다.

아무런 준비없이 가을이 다 져가고 또 10월이 다 져간다. 하지만 언제 우리가 혹은 내가 꼼꼼하게 삶을 준비하며 살아왔던가 알 수 없다.

그냥 부딪히며 견디며 살아온 게 더 맞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도 아들아이와 정보문화센터에 가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하루종일 잠만 잤다.

깊이 없는 삶에 대한 지나친 자기 혐오도 일종이 병이지 싶다 느끼면서도 아무런 준비없이 맞는 겨울이 또 두렵다.

삶에 복병처럼 찾아오는 예측불허의 일상에 대한 대처능력에 너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탓일 것이다.

저물어가는 10월에...

더 깊어지고 따뜻해지길 소원한다.
솜이불처럼 푹신한 인간미가 내게도 풍겨지길 간절히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