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에 대하여
몇년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게 눈물일까?
멍하니 앉아있다가 눈가를 훔치게 된다.
작은아이을 임신하기 전
가을도 이때처럼 눈이 벌겋게 울고 다녔다.
누군가 내게 물으면 눈병이 걸렸다는 말을 둘러대고 혼자가 되면 또 그렇게 울고
있었다.
내 우울을 달래주듯 9년 만에 작은아이를 임신했고
두려움과 기대 속에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지금
그때처럼 또 우울하다.
제야의 종이 울리는 날 저녁에 식구들과 저녁을 밖에서 먹고 들어와 느긋하게 누워 있자니
복많이 받으라는
친구의 문자메세지가 들어왔다.
또 1시 쯤에 남편과 근처 호프집에 앉아 내 생각이 났다며 마흔줄에 들어선 걸 축하한다는 전화가
왔다.
재수를 해서 나보다 1년 먼저 마흔이 된 친구이다.
같이 비오는 날 꽤 많은 술을 마시고 길가에 게워내곤
했었다.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지 다음에 만나면 절제하지 못하고 들이마시곤 했다.
너무 많이 토해낸 탓일까?
그래서
요즘엔 맥주를 마시지 않는다.
어제도 술을 마셨다.
그래도 우울은 가시지 않는다.
같이 술마신 친구도 우울한지
가끔 눈가를 훔치는 것 같았지만 나는 모르는 체 했다.
내 우울이 병처럼 깊어서 미처 아는 체 할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돈을 벌어야할 것 같아서 주식투자 책을 10권 탐독하고 주식투자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접었었다.
그렇게 돈에
몰입해 살아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게 지금의 직업이지만
요즘은 매너리즘에 빠졌는지 즐겁지
않다.
다가오는 설 연휴를 기다리며 이 우울을 잠재우기로 스스로 위안한다.
아직도 널 사랑한다는 내 주변의 친구들과
가족의 손길이 미처 걷어내지 못한 내 우울을 잠재워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