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토크
너무나 맑은 토요일 오후
1년 넘게 못만난 친구들을 만나러
남대문의 메사16층 라운지로 향했다.
한 친구가 투자도 할겸 생활의 본거지를 청주로 옮겨간다해서
이루어진 모임이었다.
고등학교 교사인 남편을 둔 컴퓨터프로그래머와
아직도 처녀인 과외교사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
그리고 전업주부로서 결코 손색이 없는 프로주부
바쁜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약사인 친구
각기 다른 직업만큼이나
가치관도 제각기라
어떨 때는 내가 왜 여기 속해 있나
의아할 때도 있지만
그들을 통해서 내 좁은 시야를 넓혀가는 건
즐거운 일이다.
어제의 주제는 역시나 심각해지는
아이들 교육의 문제를 초등학교교사와
남편이 고교교사인 친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중고생 아이들 영어를 가르치는 과외선생도 거들었다.
나는 그저 먼 이야기로만 들리는 이야기들을
가까운 친구들의 입을 통해 전해듣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하게 된다는
한 친구에게 6개월 후엔 놀러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그집마당에서 벌이게 될 바베큐파티를 상상하며
화기애애한 저녁을 보냈다.
집에 돌아와 누우며 생각해보니
이제 20년이 다되어가는 세월만큼 그들을 알아왔다는 사실에
나도 놀랐다.
결혼을 하고 차례로 집들이에 다니고
아이들 돌잔치를 다니며
나이들고
이제 아이들 떼어놓고 오붓하게 만나기 시작한 게
불과 몇년 전이다.
친구동생이 책을 냈다 하여
책을 들추어보다가
나이 사십이란 뭔가를 이루어가는 결실의 나이란 생각이 들었다.
배드민턴에 열중인 한 친구가
우리의 건강을 염려하여한마디
운동을 해서 근력을 키우면
내장에도 근육이 생겨
암세포가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동생이 약사이다 보니 주워들은 풍문이 만만치 않다는
객담에 같이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이제 십년 쯤 지나면
아이들 대학입학의 잣대로
아니면 아파트 평수의 잣대로
살아온 세월을 평가받게 되는 건 아닌지
못내 두렵다.
그 중간쯤에 와 있다는 자각에 놀라
아이를 들여다보다가 잠들었다.
제인생 제가 사는 거지 뭐.
그게 관심있게 들여다보지 못하는
나의 변명이고 넋두리이다.
그래도 오늘은 다시 한번 아들을 꼬셔본다.
역시나 아들놈은 혼자서 공부하는 게 더 잘하는 거라며
학원 가라는 내 제안을 거절한다.
그게 바쁜 엄마의 또다른 부담이란 걸
모르는 우리 큰아들.
아무래도 올여름까지는
아이의 공부를 더 봐주어야겠다는 생각만 하며
나도 더 권하지 않는다.
가끔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
다른 생각과 부딪히는것도
신선한 충격이고
또다른 자극일 수 있겟다는 생각을 하며
주말 오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