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낄...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 웃고 다녔다.
아침에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잘 아는 지인이 점심을 같이 먹자는 전화였다.
그리하여 운동을 평소보다 빨리 해치우고 돌아와 그녀와 같이 밥을 먹으러
나갔다.
고맙게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나빼고 모두 차를 가지고 다녀서
행동반경이 넓어진다.
평소에 가본 한정식집에 가서 맛있고 비싼 점심을 먹고
대학가의 복사집에서 복사물을 좀 맡기고
그것이 될 동안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서 그녀와 나누어 마셨다.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려하니...
키가 작고 나보다 다섯살쯤은 더 많아보이는 남자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마디한다.
젊었을 때는 미인이셨겠어요. --- 이 남자 실수했다고 느꼈는지 다시 말을 정정한다.---
뭐 지금도 이쁘시긴 하지만 젊을 때는 더 이쁘셨겠어요..
나는 갑자기 뭔 생뚱맞은 소리인가 싶어 웃으며 응대했다.
아우 고맙습니다. 여기 자주 와야겠네요.
남자는 아무런 느끼한 표정도 짓지 않고 정말 담백하게 다시 받아 말한다.
아니 오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신의 발언이 아부성 발언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래도 나는 그 남자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하루종일 헤벌쭉 웃고 다녔다.
그남자가 알고 있을 턱이 없지만
그곳은 내 모교 앞이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 한번 본 적도 없다. 그 사이 세월이 흐르고 분식집이며 경양식집이 여러번
바뀌었으니까...
나는 운동 다녀온 채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안경도 썼다.
외양으로 결코 매력을 느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차암 취향도 독특하시지..
아마도 내가 자기가 좋아하는 유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나보다 짐작하며
같이 간 지인에게 말하니
그녀는 내게 위안인지 모를 인사를 건네준다.
내게 매력이 있다고 말해준다.
더불어 분위기도 있다고..
나 원참 그건 모두 이쁘지 않은 여자에게 해주는 위로의 말들이다.
그래도 좋다.
어쨌거나 편의점 아저씨의 발언때문에 하루종일 나는
돌아다녔다.
기분좋게 낄낄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