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1014 2006. 11. 25. 03:42

 

 아프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자각이다.

 

 며칠전 작은아이를 혼내려고 든 회초리가 갈라져

 작은 가시가 손에 박혔다. 실처럼 가늘고 크기도 작아서

 박힌 건지 그냥 스쳐서 아픈 건지 알 수 없어서 하루이틀 그냥 놔두었더니

 계속 통증이 미미하게 느껴졌다.

 

 하루는

 그곳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작은바늘로 그 가시를 후벼서 꺼냈다.

 

 아주작은 크기의 가시가 나를 그렇게 아프게 했구나 하고 들여다보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이렇게 작은 가시 하나도

 몸에 들어오면 이물감을 느끼는

 인간의 위대함에 대해

 그런 인간을 창조한

 신의 오묘하신 솜씨에 대해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어제 아침에

 밥을 하고는 누룽지를 만들다가

 솥두껑을 급하게 열어

 그 김에 손등을 데었다.

 

 처음엔 좀 뜨겁다고 느꼈는데

 시간이 흐르니

 물집이 잡혔다.

 

 전같으면 어떻게든 터뜨리고 연고를 듬뿍 발라주었을 텐데

 나는 물집잡힌 채로 그냥 둔다.

 

 시간이 흐르면 물집조차도 가라앉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중 제일 크게 잡힌 물집은 결국 스스로 터져버렸다.

 

 그전까지 다른 피부와 같은 색으로 있던 피부가

 화상을 입고는 색이 변했다.

 

 새 피부가 준비되면

 내게서 떠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을 그냥 물끄러미 바라본다.

 

 내몸에 붙어 있을 때는 못느끼던 흉물스러움이

 떠날 준비를 하는 피부에게서 느껴진다.

 

 떠날준비를 하는 상처 주위는 열이 나서 뜨겁다.

 

 진통을 견디고 있는 것이리라.

 

 진통이 없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아프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살아있다는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