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1014 2006. 12. 21. 01:46
봉우리
 
작사 : 김민기
작곡 : 김민기
노래 : 김민기, 양희은, 전인권, 지나(Gina)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봤던 작은 봉우리 얘기해 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자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곤 생각질 않았어
나한텐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진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야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 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가끔 어쩌다가 혹시라도 아픔 같은 것이 저며올 땐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거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고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에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 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봉우리 - 전인권
봉우리(radio edition) - 지나(Gina)
봉우리 - 김민기
봉우리 - 양희은

 

양희은의 것이 내겐 제일 좋은데 전인권의 봉우리도 지금 들으니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아주 어린 시절...

 

내가 지금처럼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있으리라고는 한번도 꿈꾸지 않았지.

 

내가 그림그리던 상상 속의 나는

분명 지금의 그림은 아니었다.

 

불혹을 넘긴 이후 고착화되는 내 삶은

어느날 나를 우울하게 쓴웃음짓게도 하지만

지금의 내가 거대한 산은 아니어도

아주 얕은 야산이라 해도

나쁘지 않다고 여긴다.

 

오늘 저녁 아들녀석이 외우던 영어단어를

불쑥불쑥 내게 물어왔다.

제딴에는 엄마가 이걸 알랴 싶었지만

지금 아무짝에도 쓰고 있지 않은

영어단어들이 내 머리를 휘감고 돌아

나는 녀석의 기를 죽일 만큼은 척척 대답을 하고 있었다.

 

내가 오르던 산이 봉우리인줄도 모르고

오르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아들녀석의

머리 위로

 

내 회한이 쏟아지던 저녁

 

봉우리를 찾아 듣다가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