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입맛
며칠 전
일찍 들어오는 날 저녁
장을 보다가
반찬가게에서 전을 부치는 것을 보고
조금 사왔다.
버섯모둠전과 동그랑 땡, 그리고 생선전이 골고루 들어있었다.
아침에 그것을 데워 아이들에게 먹였다.
한접시를 다 비우고 난
큰아이가 무심코 말한다.
엄마가 해 준 게 더 맛있어.
빙긋이 웃고 말았다.
야채를 먹이기 위해
카레와 동그랑땡을 잘 해 먹였다.
그리고 야채를 다져서 볶음밥도 해주면 아이들은 아주 잘 먹었다.
나는 좀 거친 맛이 나도 합성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국물맛을 낼 때는 멸치로 다시국물을 내고 거기에 말린 다시마가 있으면
같이 우려내어 국을 끓인다.
하지만 아이들 위주의 반찬을 준비하다보니
국은 잘 안끓이게 된다.
그래도 배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되면 우거지를 넣은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속도 편해지고 오랜만에 된장의 구수한 냄새가 퍼져
집안이 따뜻해진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아무리 바빠도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다 먹는 건 안하고 살았는데
어쩌다 사다 먹인 전모둠에 아들녀석이
내 속을 찔러댄다.
혼자 뜨끔했다.
가족을 위해 공들인 음식에 깃든
사랑을 아들녀석도 먹고 있는 탓이리라.
반죽해 놓았다가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부쳐주던 그 맛을 이미 알아버린 탓에
저녁먹을 때
냉장고에 남은 전을 데워먹으라는 내 주문을 무시하고 먹지 않았다.
부족한 에미가
뚝딱뚝딱 해먹이는
별로 맛도 없는 음식을
가장 맛있다고 기억해주며
먹어주는 아들녀석의 발언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었다.
언젠가 해먹이려고 사다놓은
두부와 냉동실의 다진 고기를 버려야함을 느끼며
아들녀석에게 미안해졌다.
풍성하진 못해도 사랑이 깃든
식탁을 차려주어야 겠다는
반성을 한다.
그래도 가끔은
거짓말로라도
사온 것도
맛있다고 해주면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