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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유니텔에 쓴글/ 홍세화
제비꽃1014
2004. 8. 25. 00:16
제 목 :[인물] 홍 세 화 게시번호 :4830 |
홍세화는 누구인가? 얼마 전 20년 만에 귀국해 매스컴의 화려한 세례를 받았던 이다. 47년생, 경기중 고졸업, 서울대 금속공학과 입학, 다시 3년 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입학, 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되어 귀국하 지 않고 파리에서 20년간 망명객으로 살아왔다는 게 그의 이력이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는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왔고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는 한겨레신문 사에서 출간됐다. 나는 최근에 두권을 모두 읽었다. 어제 밤늦게 켜놓은 텔레비전에서도 홍세화에 대한 특집이 방영됐다. 그의 모교인 서울대에 찾아가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 여러분은 한국사회의 특권층 후보들입니다. 자기에 대한 성찰과 이 사회를 읽는 눈을 갖추어야 합니다. 라고 그는 토로했다. 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소외시키며 도달한 데가 서울대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 소외시킨 사람들에 대한 부채감 또한 마땅히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신의 안녕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내가 소외시켜온 사람들에 대해 충분히 미안해하며 비판적 지식인으로 자리잡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성찰과 사회를 읽는 눈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자신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가짜이고 거품인 걸 안다고도 했다. 그러나 통과의례처럼 치러야 하는 의식으로 받아들인다고 나직이 말하는 음성도 들렸다. '빠리의 택시운전사'가 새로운 호기심이나 역사를 바로 써가고자 하는이에 대한 미안함과 존경의 맘으로 읽게 됐다면 '쎄느강~'은 이미 확보한 그의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그의 사색의 글이요,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표현하고 있다. 나는 홍세화를 읽으며 두 가지를 내 마음에 깊이깊이 받아들였다. 사람들이 그에게 남이냐 북이냐 물을 때 그냥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는 것. 또 하나. 그의 두 번째 책 말미에 있는 말. '잘 산다'는 말은 '올바르게 산다'에서 벗어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편하게 산다'가 되었다는 지적이다. 홍세화는 택시운전을 하면서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냈기에 남다른 것이다. 그냥 돈이나 버는 파리장으로 남았다면 누가 그를 주목할 것이고 그의 울림이 누구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 것인가. 파리에서도 우리 한국사회를 읽기 위해 그가 부단히 주파수를 맞추어 읽어내는 노력들을 느끼며 나는 반성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를 읽으려 얼마나 읽고 있는가?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하는 많은 방해요소들을 나는 얼마나 정확히 감지해내고 있는가? 부끄러운 일이다. 나는 지식인도 아니고 엘리트는 더더욱 아니라며 나를 폄하한 것들은 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치닫고 개인적 일상과 편안함만 추구하게 되고 말았다.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가 프랑스와 같은 교육제도나 복지정책에 비교할 거리도 안 된다는 것을 물론 안다. 그러나 공부하는데 우리처럼 경제적 부가 교육기회까지 선점하는 현상이 없다는 것은 부러웠다. 또 비판적 시민들이 부러웠다. 잘못된 일에 국적이나 지방색 학연에 상관없이 같이 동조해주고 저항하는 그들이 진정 부러웠다. 스스로 자긍심을 가져야할까보다. 나는 지식인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지니고 있어. 올바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고민하며 살아야겠지. 사회를 읽는 노력도 부단히 하면서 말이지. 돈버는 일만큼 그것도 가치있는 일이고 무슨 일을 하든 자긍심을 갖게 되리라는 희망이 나를 내내 숨가쁘게 한다. 많은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었던 용기. 그것은 홍세화에게 올바로 산다는 것에 대한 화두가 아니었을까? 홍 세 화. 그가 이 가을 내게 전령으로 다가와 속삭인다. 잘 산다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