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보다 일찍 나서서 좀더 오래 걸었다.
밤새 비가 내려 젖어있는 길이 차분해서 좋았다.
그동안 여름날처럼 더워서 여름옷을 꺼내야겠다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비가 한번 오고 나니 다시 쌀쌀해져서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분홍색 면가디건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친구로부터 릿지가 가능한 등산화를 한 켤레 얻었는데
그거 신고 산엔 한번밖에 안가봤는데 어제 걷기할 때 신고 갔다오니 오는 길에 밑창이 떨어져 덜렁거렸다.
다니던 헬스장에 운동화를 놓고 온지 한참 됐는데 그걸 찾아오기도 해야겠고
운동화도 한켤레 사야겠다.
하여 오늘은 집에서 신고다니는 운동화를 신고 걷기를 했는데
발은 아프지 않았으나 장기적으로 걷기를 하려면 운동화를 세로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젯밤에 낮에 걸은 탓인지 숙면을 취했다.
오늘도 우이천변을 걸었다.
어제보다 한 시간 일찍 나선 탓인지 주부들보다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비에 젖은 탓이지
풀냄새가 났다.
헬스장 티브이 유선채널영화를 들여다보며 걷기를 하는 것보다
바람에 온몸을 맡기며 걷는 게
시끄러운 댄스음악 대신 풀냄새를 맡는 게
더 싱그러웠다.
아침에 걸으며
동행없이 혼자 걸으니 수다 대신
스스로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유익했고
이것저것 쌓인 문제들을 정리해볼 수 있어서 나름대로 괜찮았다.
언제부터 운동하는데 같이 다녔다고 혼자다니는 것을 미루고 있었을까?
하긴 최근엔 늘 아는이와 같이 운동을 다녔었다.
그러나
아주 어린 시절부터
혼자 노는데 습성이 되어 있지 않았던가?
혼자서 책읽고
혼자서 길 걸어다니고
혼자서 공공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혼자서 공부를 했었다.
이제 마흔이 넘어서
또 혼자서 길을 걷는다.
걸으면서 생각한다.
아침에 걸으며 중국어테이프를 들으며 중국어공부할까?
일어공부?
푸하하하하...
그냥 좀 참아..
아무것도 안하고 이렇게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일부러 핸드폰도 두고 다니잖아.
다녀오니 한통의 부재중 전화가 걸려오긴 했으나
뭐 별일도 아니고...
나중에 좀 심심해지면
음악이나 들으며 걸어보자구..
혹시 알아?
베토벤이 산책하며 악상을 떠올렷듯이(하도 오래전 위인전을 읽었으니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나도 뭔가를 창조하는 행위를 하고 있을지?
상쾌한 아침...을 보내고
푸른 연초록이 다채롭게 피어나는 창가에 앉아
공부를 한다.
기분좋은
4월의 아침...
내일도 아침에 흐리면 좋겠다.
햇볕때문에 고민안하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