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새책을 대출하러 가는 날이다.
교회간 길에 들러오려고 책을 챙겨서 나갔는데 가서보니 내 책이 한권 모자란다.
미처 못읽은 책이다보니 반납해야하는데도 깜박 잊고 빼먹었다.
다행히 도서관 직원이 컴을 열어 대출연기를 해준다.
연체되면 그연체일만큼 대출을 할 수 없다. 일종의 패널티이다.
다시 집에 돌아가 그 책을 반납해야겠다고 맘먹었는데 고맙게도 융통성을 발휘하여 편의를 봐주는 직원이
고마웠다.
내 책을 반납하는 동안 선휘에게
어린이서가에 선휘책을 반납하라고 시켰다.
행동을 앞질러간 선휘...
평소에 엄마가 자기책을 어디서 고르는 지 잘 알고 있다고 과시하듯
내가 가보니 벌써 세 권이나 되는 책을 쑥 뽑아왔다.
휙 들여다보니 그리 지명도 있는 출판사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고
내가 알고 있는 좋은 책목록에도 들어있지 않은 것이었으나
아들의 행동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이뻐서 그 선택을 한없이 칭찬해주며
선휘가 고른 책으로 대출을 했다.
햇살 좋은 오후
같이간 교회집사님과 커피 한잔의 수다를 즐기고 있는데 선휘가 집에 가자고 조른다.
집에 가서 레고블럭을 가지고 놀고 싶다네...
열람실에 들러 중간고사준비에 바쁜 큰아이 선재를 한번 토닥여주고 뭘 사먹이고 올까 하다가
공부하는 데 집중에 방해될까 하여 그냥 와버렸다.
집에 돌아와
낮잠을 한숨 자려고 마음먹을 정도로 나른했다.
그때를 맞추어 언니가 같이 걷자고 전화를 해왔다.
어제 저녁에 언니네서 저녁을 먹으며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하니
형부는 내가 헬스장에 등록한 줄 아시고 언니도 같이 다니라고 독려를 하시려 하기에
그냥 우이천변을 며칠째 걷고 있노라 말씀드렸었다.
그랬더니만
언니는 같이 걷자고 한다.
일요일에 수업을 안한 지
몇달 되지 않는다.
늘 언니가 선휘를 봐주었었다.
오랜만에 누리는 일요일의 여유
도서관에 다니고
낮잠을 즐기고
그리고 해지는 석양무렵
바람을 느끼며 우이천을 걷는다.
나는 밖에서 걸어서 너무 좋은데 언니는
실내운동에 익숙해서인지 24시간 헬스장을 알아보자고 슬며시 나를 꼬셔댄다..
같이 걷던 선휘는 나중엔 힘이 드는지 간간이 앉아서 쉬자고 한다..
녀석 그래도 그새 많이 자랐는 걸?
몇년 전 같이 걸을 때는 업어달라고 아우성이더니
이젠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그러는지 업어달라고는 안한다.
아이들은
세월이 흐르니 자라긴 자라는구나..
키도 마음도
그리고
배려도...
오늘은
좀 피곤하다..
헬스장에 다닐 때와 달리
스트레칭에 소홀한 까닭인 것 같다.
온몸이 나른하다..
그러나
기분좋은 나른함이라니...